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38) - 불 꺼진 등잔과 말라 죽은 나무는 모두 허무에 떨어짐을 면치 못할 것이다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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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5 17:12 | 최종 수정 2021.08.2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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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 불 꺼진 등잔과 말라 죽은 나무는 모두 허무에 떨어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불 꺼진 등잔에 불꽃이 없고 해어진 가죽옷에 온기가 없음은
모두 삭막한 광경이요
몸이 말라죽은 나무 같고 마음이 싸늘한 재 같음은
허무(완공頑空)에 떨어짐을 면치 못할 것이다.
- 寒燈(한등) : 가물거리는 등불, 꺼져가는 등불.
- 敝裘(폐구) : 떨어진 갖옷, 해진 가죽옷. 敝는 ‘해지다, 깨지다, 부서지다, 패배하다’ 의 뜻. 弊와 같은 뜻으로도 사용하나 폐단(弊端)이란 뜻으로는 弊를 사용한다. 幣는 폐백(幣帛)으로 ‘비단’ 을 말한다. 裘는 ‘갖옷(가죽옷)’ 을 뜻한다.
- 播弄(파롱) : 마구 조롱(嘲弄)함. 번롱(翻弄)과 같음. ‘광경을 희롱한다’ 함은 곧 삭막한 풍경을 말한다.
- 槁木(고목) : 말라죽은 나무. 枯木(고목)과 같음.
- 死灰(사회) : 불이 꺼져 싸늘히 식은 재.
* ‘枯木과 死灰(마른 장작과 불 꺼진 재)’ 라는 비유는 원래 장자(장자)에 출전을 두고 있으며, 채근담에서 자주 나오는 비유로 때로는 긍정적인 의미로 때로는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이고 있다.
- 頑空(완공) : ‘공(空)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고집하는 것’ 으로 ‘진공(眞空)’ 에 대한 상대어로 ‘편공(偏空)’ 이라고도 한다.
* 소승불교에서 쓰는 용어로 ‘사람의 육체도 정신도 모두 공허(空虛)하다’ 는 견해를 말한다. 이것은 대승불교의 관점에서 보자면 자칫 허무주의에 빠져 ‘중생제도(衆生濟度)’ 라는 대발원(大發願)을 세울 수 없는 것이기에 완공(頑空)은 잘못된 견해라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무상(無常)하여 일체의 상(相)을 떠나 있기에 다만 공(空)이라 부르는 것일 뿐, 이 모든 것이 허위가 아니라 진실하기 때문이다.
◈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形固可使如槁木(형고가사여고목) 而心固可使如死灰乎(이심고가사여사회호)
- (어찌하여) 몸은 진실로 말라 죽은 나무처럼 할 수 있으며, 마음은 진실로 불 꺼진 싸늘한 재처럼 할 수 있는지요?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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