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29) - 참된 즐거움은 많음에 있지 않고 좋은 경치는 멀리 있지 않다

허섭 승인 2021.08.15 13:54 | 최종 수정 2021.08.18 10:04 의견 0
229 마원(馬遠 南宋1170경~1260) 산경춘행도(山徑春行圖) 27.4+43.1 대북 고궁박물원
마원(馬遠, 南宋, 1170경~1260) - 산경춘행도(山徑春行圖)

229 - 참된 즐거움은 많음에 있지 않고 좋은 경치는 멀리 있지 않다

정취(情趣)를 얻음은 많은 것에 있지 않으니, 
동이만 한 연못이나 주먹만 한 돌 사이라도 
안개와 노을은 깃들인다. 

좋은 풍경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니, 
쑥대로 얽은 창문과 대나무로 엮은 집 아래에도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 스스로 한가롭다.

得趣(득취) : 정취(情趣)를 얻음, 멋 ․ 풍취(風趣)를 느낌.
盆池(분지) : 동이만 한 작은 연못.
拳石(권석) : 주먹만 한 작은 돌.
霞(하) : 노을, 이내, 아득하다     煙霞痼疾(연하고질)
煙霞(연하) : 본래는 ‘안개와 노을’ 을 뜻하나 전(轉)하여 ‘산수(山水)의 풍경’ 을 말함.
會景(회경) : 볼 만한 풍경, 멋진 경치.  會는 ‘마음에 딱 들어맞다’ 의 의미이다.
蓬窓(봉창) : 쑥대로 엮은 창문.
 *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 는 속담에서 ‘봉창’ 은 ‘封窓’ 으로 ‘벽에 구멍을 내어 종이로 바른 창’ 을 말한다.
竹屋(죽옥) : 대나무로 지붕을 얻은 오막살이집.
風月(풍월) : ‘청풍명월(淸風明月)’ 의 줄임말로 ‘자연의 경치’ 를 가리킴.
賖(사) : 한가하다. 그 외 ‘외상으로 사다, 멀다, 아득하다’ 의 뜻도 있다.

229 마원(馬遠 南宋1170경~1260) 답가도(踏歌圖) 192.5+111 북경 고궁박물원
마원(馬遠, 南宋, 1170경~1260) - 답가도(踏歌圖)

花香不在多(화향부재다) 室雅何須大(실아하수대) 

- 꽃 향기가 많아야 좋으며, 집이 반드시 커야 아름다운가 !

◈ 안빈낙도(安貧樂道)를 노래한 시조들

십 년을 경영하여 초려(草廬) 한 간 지어내니
반(半) 간(間)은 청풍(淸風)이요 반 간은 명월(明月)이라
강산(江山)은 들일 듸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      
                                                - 송순(宋純 1493~1583)

말 없는 청산(靑山)이요, 태(態) 없는 유수(流水)로다
값없는 청풍(淸風)이요, 임자 없는 명월(明月)이라
이 중에 병(病) 없는 이 몸이 분별(分別) 없이 늙으리라   
                                               - 성혼(成渾 15351~1598)

강산 좋은 경(景)을 힘쎈 이 다툴 양이면
내 힘과 내 분(分)으로 어이하여 얻을 소니
진실로 금(禁)할 이 없을 새 나도 두고 노니노라    
                                               - 김천택(金天澤 1680경~미상)

◈ 괴테(Goethe  John Wolfangvon 1749-1832)의 「경고(警告)」중에서

어디까지 헤매며 멀리 갈 셈인가?
보라, 멋진 것은 여기 가까이 있다
행복을 얻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라
행복은 늘 그대 곁에 있나니

◈ 어느 비구니의 오도송(悟道頌) - 종일토록 봄을 찾아 헤매었건만 

盡日尋春不見春 (진일심춘불견춘)  종일토록 봄을 찾아 헤매었건만
芒鞋遍踏隴頭雲 (망해편답롱두운)  짚신이 다 닳도록 산등성이 구름만 밟고 다녔네
歸來笑拈梅花臭 (귀래소념매화취)  돌아와 매화 집어 향기 맡으니 
春在枝梪已十分 (춘재지두이십분)  봄은 이미 가지 끝에 가득하였네  

중국 당(唐)나라 때 무명의 비구니가 지은 오도송(悟道頌)이다. 송(宋)나라 때 나대경(羅大經)이 지은 『학림옥로(鶴林玉露)』에 실려 있다고 한다. 

'봄은 나뭇가지 끝에 이미 무르익어 있다' 라는 뜻은,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음’ 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때가 무르익어 절정에 이름’ 을 비유하는 말이다. 

※ 송(宋) 나라 때의 시인 대익(戴益 생몰 연대 미상)이 지은「탐춘(探春)」이라는 시도 이와 거의 같은 내용이다.

盡日尋春不見春(진일심춘불견춘) 杖藜踏破幾重雲(장려답파기중운) 歸來適過梅花下(귀래적과매화하) 春在枝頭已十分(춘재지두이십분) - 날이 다하도록 봄을 찾아 헤매었건만 봄은 보지 못하고, 지팡이 짚고 몇 겹의 구름을 헤쳐 지나갔던가. 오는 길에 매화나무 밑을 지나노라니, 봄은 가지 끝에 이미 한창이더라.

* 밑줄 친 전구(轉句)는 ‘歸來試把梅梢看(귀래시파매초간) - 돌아와 매화나무 가지를 잡고 보니’ 로도 전한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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