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86) - 이룬 것은 반드시 무너지고 살아있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

허섭 승인 2021.10.12 17:52 | 최종 수정 2021.12.11 12:01 의견 0
286 오위(吳偉 1459~1508) 어락도(漁樂圖) 270+174.4 북경 고궁박물원
오위(吳偉, 1459~1508) - 어락도(漁樂圖) 

286 -  이룬 것은 반드시 무너지고 살아있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

이룬 것은 반드시 무너짐을 안다면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그토록 아득바득 끈질기지 않을 것이며 

살아있는 것은 반드시 죽게 됨을 알면 
살고자 하는 방도에 그토록 아등바등 애쓰지는 않을 것이다. 

  • 求成之心(구성지심) : 이루고자 하는 마음.
  • 太堅(태견) : 지나치게 단단함. 堅은 굳음.
  • 保生之道(보생지도) : 삶을 보전하려는 노력.  道는 ‘방법, 방도(方道)’ 를 뜻함.
  • 過勞(과로) : 지나치게 애씀, 지나치게 수고함.

◈ 동양학자 박현은 본장(本章)을 이토록 함축적으로 번역하였다.

이룬 것 반드시 무너짐을 안다면
이루려는 마음 그리 모질지 않으리

태어난 것 반드시 죽을 것을 안다면
삶을 보전하려 그리 애태우지 않으리

◈ 생사일여(生死一如)의 경지란 ?

視死若歸(시사약귀) - 증자(曾子)

- 죽음 보기를 돌아가는 것과 같이 한다. 

視死若生(시사약생) - 장자(莊子)

- 죽음 보기를 삶과 같이 여긴다.

죽음의 반대어는 삶이 아니라 태어남이다. 삶은 태어남에서 시작하여 죽음으로 마치는 것이니, 삶은 당연히 죽음까지 포함하며 죽음을 통해 마침내 완성되는 것이다.  -  한이

* ‘한이’ 는 ‘한 사람’ 이라는 뜻으로 이 사람 도무지(道无知)가 10대 후반 고등학교 시절에 썼던 자호(自號)입니다.

※ 유의어를 통해 살펴본 죽음에 대한 여러 인식들

일반어 : 죽다, 돌아가다, 숨지다, 눈감다, / 운명(殞命)하다, 영면(永眠)하다, 
         타계(他界)하다, 별세(別世)하다, 서거(逝去)하다

비속어 : 뒈지다, 골로가다, 밥숟갈놓다(잔디코트입다/나무코트입다), 뻗다, 식다, 
         꼴까닥하다 

불교 : 입적(入寂)하다, 입멸(入滅)하다  

가톨릭 : 선종(善終)하다

개신교 : 소천(召天)하다 

◈ 판소리 『변강쇠가 - 가루지기 타령』에
 
중년(中年)에 비상(非常)한 일이 있던 것이었다. 평안도 월경촌(月景村)에 계집 하나 있으되, 얼굴로 볼작시면 춘이월(春二月) 반개도화(半開桃花) 옥빈(玉빈)에 어리었고, 초승에 지는 달빛 아미간(蛾眉間)에 비치었다. 앵도순(櫻桃脣) 고운 입은 빛난 당채(唐彩) 주홍필(朱紅筆)로 떡 들입다 꾹 찍은 듯, 세류(細柳)같이 가는 허리 봄바람에 흐늘흐늘, 찡그리며 웃는 것과 말하며 걷는 태도 서시(西施)와 포사(褒姒)라도 따를 수가 없건마는, 사주(四柱)에 청상살(靑孀煞)이 겹겹이 쌓인 고로 상부(喪夫)를 하여도 징글징글하고 지긋지긋하게 단콩 주어 먹듯 하것다. 

열다섯에 얻은 서방(書房) 첫날밤 잠자리에 급상한(急傷寒)에 죽고, 열여섯에 얻은 서방 당창병(唐瘡病)에 튀고, 열일곱에 얻은 서방 용천병에 펴고, 열여덟에 얻은 서방 벼락 맞아 식고, 열아홉에 얻은 서방 천하에 대적(大賊)으로 포청(捕廳)에 떨어지고, 스무 살에 얻은 서방 비상(砒霜) 먹고 돌아가니, 서방에 퇴가 나고 송장 치기 신물 난다. 

이삼 년씩 걸러 가며 상부를 할지라도 소문이 흉악(凶惡)해서 한 해에 하나씩 전례(前例)로 처치(處置)하되, 이것은 남이 아는 기둥서방, 그 남은 간부(間夫), 애부(愛夫), 거드모리, 새호루기, 입 한번 맞춘 놈, 젖 한번 쥔 놈, 눈 흘레한 놈, 손 만져 본 놈, 심지어(甚至於) 치마귀에 상척자락 얼른 한 놈까지 대고 결단을 내는데, 한 달에 뭇을 넘겨, 일 년에 동반 한 동 일곱 뭇, 윤달 든 해면 두 동 뭇수 대고 설그질 때, 어떻게 쓸었던지 삼십 리 안팎에 상투 올린 사나이는 고사(姑捨)하고 열다섯 넘은 총각(總角)도 없어 계집이 밭을 갈고 처녀가 집을 이니 황(黃) 평(平) 양도(兩道) 공론(公論)하되,

“이 년을 두었다가는 우리 두 도내(道內)에 좆 단 놈 다시 없고, 여인국(女人國)이 될 터이니 쫓을 밖에 수가 없다.” 

양도가 합세(合勢)하여 훼가(毁家)하여 쫓아내니, 이년이 하릴없어 쫓기어 나올 적에, 파랑 봇짐 옆에 끼고, 동백(冬柏)기름 많이 발라 낭자를 곱게 하고, 산호(珊瑚) 비녀 찔렀으며, 출유(出遊) 장옷 엇매고, 행똥행똥 나오면서 혼자 악을 쓰는구나. 

“어허, 인심 흉악하다. 황 평 양서(兩西) 아니며는 살 데가 없겠느냐. 삼남(三南) 좆은 더 좋다더고.” 

노정기(路程記)로 나올 적에   <후략>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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