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82) - 죽 끓듯 변하는 인정과 세태를 참된 것으로 믿지 말라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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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9 10:10 | 최종 수정 2021.10.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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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 죽 끓듯 변하는 인정과 세태를 참된 것으로 믿지 말라
인정과 세태는 죽 끓듯 변하는 법이니 너무 참된 것으로 여기지 말라.
소강절이 이르기를, ‘어제 나의 것이 도리어 오늘은 저 사람의 것이 되었으니,
지금의 내 것이 내일 뉘 것이 될 줄 어찌 알랴’ 하였으니
사람이 항상 이렇게 본다면 곧 가슴 속 굴레를 벗을 수 있을 것이다.
- 倏忽(숙홀) : 갑작스러움, 급속함. 倏은 ‘개가 빨리 내닫는 모양’ 으로 ‘빠르다’ 의 뜻이다. 焂은 倏의 속자(俗字)이다.
- 萬端(만단) : 여러 가지 모양.
- 不宜(불의) : 마땅히(반드시) ~하지 말라.
- 認得太眞(인득태진) : 지나치게 참된 것으로 생각함. * 후집 56장 어구 풀이 참조
- 堯夫(요부) : 송대의 성리학자인 소강절(邵康節)의 자(字). 이름은 雍(옹) 康節(강절)은 시호(諡號)이다.
- 昔日(석일) : 어제, 지난날.
- 而今(이금) : 지금, 오늘.
- 却(각) : 도리어, 오히려.
- 伊(이) : 저 사람, ‘彼(피)’ 와 같이 3인칭을 가리킴.
- 屬後來誰(속후래수) : 후일에 누구에게 속할지, 즉 뒷날에 누구의 것이 될지.
- 作是觀(작시관) : 이와 같이 본다면.
- 解却(해각) : 풀어 버림. * 却은 본자(本字)가 卻이며, 원래 뜻은 ‘물리치다, 물러나다’ 이다. 전(轉)하여 ‘그치다, 쉬다, 멎다, (욕망을) 억제하다, 치워 없애다’ 등의 뜻으로 쓰인다. 그리
- 앞에서 나왔듯이 ‘도리어, 오히려, 반대로’ 뜻의 부사로도 쓰인다.
- 胸中罥(흉중견) : 가슴 속의 얽매임. ‘罥(그물, 올가미, 얽을 견)’ 은 그물을 뜻하며 ‘덫, 속박(束縛), 얽매임’ 의 의미를 갖는다.
◈ 『이천격양집(伊川擊壤集)』 중에서
昔日所云我 (석일소운아) 지난날 내 것이라던 것이
而今却是伊 (이금각시이) 지금은 오히려 저 사람의 것이 되었네
不知今日我 (부지금일아) 어찌 알겠는가? 오늘의 내 것이
又屬後來誰 (우속후래수) 또 뒷날 누구의 것이 될 것인지를
* 『이천격양집』은 소강절 선생의 저작물로 전체 20권으로 되어 있으며 본문에 인용된 문장은 일종의 오언시(五言詩)로 격식에 매이지 않고 논리를 근본으로 수사(修辭)를 말단으로 하였으므로 조탁(彫琢)에 힘쓰지 않은 시의 장르인 셈이다. 이런 종류의 시는 白樂天(白居易)에서 유래되었으며 철리(哲理)를 중시한 송대 유학자들의 성정(性情)과 잘 들어맞는 형식이었을 것이다. 책명인 伊川翁(이천옹)은 安樂先生(안락선생)과 함께 소강절의 자호(自號)였다.
◈ 서산대사(西山大師) 휴정(休靜)의 영정(影幀) 자찬시(自讚詩)
八十年前渠是我 (팔십년전거시아) 팔십 년 전에는 그대가 나이더니
八十年後我是渠 (팔십년후아시거) 팔십 년 후에는 내가 그대로구나
서산휴정(西山休靜, 1502~1604) 대사가 묘향산 원적암(圓寂庵)에서 임종할 무렵 자기 영정(影幀)에 직접 남긴 글 - 영찬(影讚)이라고 전한다.
나는 아무런 설명도 달지 않겠다. 앞에서 소강절 선생이 ‘我-내 것’ 또는 ‘伊-저 사람의 것’ ‘誰-누구의 것’ 이라고 칭한 것들이 단순한 소유물(물건)만을 뜻하는 것이 아님은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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