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89) - 사람의 마음은 채우기도 어렵고 그 마음을 얻기는 더욱 어렵다.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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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4 16:07 | 최종 수정 2021.10.17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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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 사람의 마음은 채우기도 어렵고 그 마음을 얻기는 더욱 어렵다.
눈으로는 서진의 가시덤불을 보면서도 오히려 칼날을 뽐내고
몸은 북망산의 여우와 토끼의 몫이지만 오히려 황금을 아끼도다
옛말에 이르기를,
맹수는 길들이기 쉬워도 사람의 마음은 항복받기 어렵고
골짜기는 메우기 쉬워도 사람의 마음은 채우기 어렵다고 하였으니,
참으로 옳은 말이다.
- 西晉之荊榛(서진지형진) : 서진이 내란과 외침으로 멸망하고 그 도읍인 낙양(洛陽)이 가시덤불과 잡초로 뒤덮이게 된 것을 말함. 성자필멸(盛者必滅)의 실례로 인용한 것이다. 荊은 가시나무, 榛은 개암나무. * 서진(西晉)은 삼국지의 마지막을 장식한 사마의(司馬懿)의 손자인 사마염(司馬炎)이 조조(曹操)의 증손자인 조위(曹魏)를 멸하고 세운 왕조로 AD 265~316년까지 존속하였다.
- 猶(유) : 오히려. * 간혹 如, 若과 함께 ‘같다’ 의 뜻으로도 쓰인다.
- 矜(긍) : 뽐내다, 자랑하다.
- 白刃(백인) : 서슬이 시퍼런 칼날.
- 北邙(북망) : 북망산. 낙양의 북쪽에 있는 산으로 여기에 공동묘지가 있었기에 죽으면 ‘북망산에 간다’ 는 말이 생겼다. * 우리민요 「성주풀이」중에 <낙양성 십리허(許)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 하는 구절이 나온다.
- 屬狐兎(속호토) : 여우와 토끼의 먹이가 되다.
- 尙(상) : 원래는 ‘받들다, 숭상하다’ 의 뜻이나 여기서는 부사로 ‘오히려’ 의 뜻으로 쓰인 것이다.
- 語云(어운) : 옛말(속담, 고어)에 이르기를.
- 谿壑(계학) : 골짜기.
- 信哉(신재) : 참으로 옳다.
◈ 심전기(沈佺期 656~714) 「망산(邙山)」
北邙山上列墳塋 (북망산상열분영) 북망산에 늘어선 크고 작은 무덤들
萬古千秋對洛城 (만고천추대낙성) 천년만년 변함없이 낙양성을 바라보네
城中日夕歌鍾起 (성중일석가종기) 성 안에는 밤낮 없이 풍악 소리 울리건만
山上惟聞松柏聲 (산상유문송백성) 산 위에는 소나무 잣나무 스치는 바람소리뿐일레라
◈ 『진서(晉書)』 「삭정전(索靖傳)」에
서진(西晉)의 삭정(索靖) 이라는 사람이 장차 난(亂)이 있을 것을 알고 낙양 관문 앞에 놓여 있는 동제(銅製) 낙타를 가리키며 ‘너도 이제 가시밭에 버려지리라’ 라고 탄식하였는데, 과연 뒤에 그의 말대로 조왕륜(趙王倫)의 난에 이어 만족(蠻族)이 침입해 왔다. 진은 도읍을 강남으로 옮기고 동진(東晋)이라 했다. 사람들은 그 황폐한 모습을 보며 칼로써 세상을 얻으러 한 자들의 허망한 꿈을 풍자하였던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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