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295) - 부나방은 촛불에 뛰어들고 올빼미는 썩은 쥐를 좋아하니 …

허섭 승인 2021.10.20 23:23 | 최종 수정 2021.10.26 21:34 의견 0
295 서위(徐渭 1521~1593) 묵포도도(墨葡萄圖) 166.4+64.5 북경고궁박물원
서위(徐渭, 1521~1593) - 묵포도도(墨葡萄圖)

295 - 부나방은 촛불에 뛰어들고 올빼미는 썩은 쥐를 좋아하니 …

하늘은 맑고 달이 밝으니 어느 하늘인들 자유롭게 날지 못하리오마는
부나비는 스스로 촛불에 몸을 던지고

샘물이 맑고 풀이 푸르니 어느 것인들 먹고 마시지 못하리오마는
올빼미는 굳이 썩은 쥐를 먹나니

아, 세상에 부나비와 올빼미 아닌 자가 그 몇이나 되랴.

  • 晴空朗月(청공낭월) : 맑은 하늘과 밝은 달. 
  • 翶翔(고상) : 자유롭게 날아다님. 
  • 飛蛾獨投夜燭(비아독투야촉) : 부나비가 촛불에 뛰어듦, 즉 스스로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뜻함.  飛蛾는 부나비, 나방.
  • 綠卉(녹훼) : 푸른 풀.  卉는 풀, 초목의 뜻.   화훼(花卉).
  • 飮啄(음탁) : 마시고 먹음.  啄은 ‘(부리로 먹이를)쪼다, 두드리다’.  

* 啐啄同時(줄탁동시) : 닭이 알을 깔 때에 알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뜨리고 나오기 위하여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을 ‘啐(줄)’ 이라 하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을 ‘啄(탁)’ 이라 함. 이 두 가지가 동시에 행하여지므로 師弟之間(사제지간)이 될 緣分(연분)이 서로 무르익음의 비유로 쓰임. 啐는 ‘쵀’ 나 ‘줄’. 啐啄同幾(줄탁동기). '쵀탁동시' 라고 읽는 것이 중국 원음에 가깝고 바름.

  • 鴟鴞偏嗜腐鼠(치효편기부서) : 올빼미는 썩은 쥐를 좋아한다.  鴟鴞는 올빼미, 올빼미는 밤에 닭이나 새 새끼를 잡아먹는 악조(惡鳥)이므로 전(轉)하여 ‘흉악한 사람’ 을 가리킨다.   * 『장자(莊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鶚는 ‘물수리 악’ 자(字)이다.
  • 噫(희) : 감탄사, ‘아!’.
  • 幾何(기하) : 얼마나, 얼마쯤.
  • 哉(재) : 감탄의 종결사, ‘ ~리오!’.

※ 앞에서 밝혔듯이 통행본 후집 제70장을 그 주제의 상이(相異)함에 따라 두 개의 장으로 분리하였다. 
국내 번역본 중에서는 이석호(李錫浩) 본과 임동석(林東錫) 본이 그렇게 되어 있다. 임동석 선생은 명각본(明刻本)에 따라 그렇게 처리한 것이다. 임동석 선생의 채근담은 명각본을 저본으로 삼았으며 전집 222장 후집 140장 총 362장으로 기본 체계로 삼고 있으며 각 이본(異本)들을 상호 비교하여 『채근담』의 각종 이본들에 실려 있는 모든 문장을 수록하고 있다.

295 서위(徐渭 1521~1593) 유실도(榴實圖) 91.4+25.5 대북고궁박물원
서위(徐渭, 1521~1593) - 유실도(榴實圖)

◈ 『장자(莊子)』 추수편(秋水篇)에

惠子相梁(혜자상양) 莊子往見之(장자왕견지). 或謂惠子曰(혹위혜자왈), 莊子來(장자래) 欲代子相(욕대자상). 於是惠子恐(어시혜자공) 搜於國中三日三夜(수어국중삼일삼야). 莊子往見之曰(장자왕견지왈),南方有鳥(남방유조) 其名為鵷鶵(기명위원추) 子知之乎(자지지호). 夫鵷鶵發於南海而飛於北海(부원추발어남해이비어북해) 非梧桐不止(비오동부지) 非練實不食(비련실불식) 非醴泉不飲(비례천불음). 於是鴟得腐鼠(어시치득부서) 鵷鶵過之(원추과지) 仰而視之曰(앙이시지왈), 嚇(혁). 今子欲以子之梁國而嚇我邪(금자욕이자지양국이혁아야).

- 혜자(惠子)가 양(梁)나라 재상으로 있을 때,  장자(莊子)가 찾아가 만나려 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혜자(惠子)에게 “장자(莊子)가 당신 대신 재상이 되려고 오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혜자는 겁이 나서 사흘 낮밤 동안 온 나라를 뒤졌습니다.

장자가 이 말을 듣고 (혜자를 찾아가) 말했습니다. “남쪽에 있는 원추(鵷鶵)라는 새를 아는가? 원추는 남해에서 출발하여 북해로 날아가는데,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를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감로천이 아니면 마시지를 않지. 그런데 마침 썩은 쥐를 얻은 올빼미 한 마리가 원추가 지나가자 (그 썩은 쥐를 빼길까 겁이 나서) 원추를 쳐다보며 꽥 소리를 질렀다는 거네. 지금 자네도 그 양나라 대신의 자리가 욕심이 나서 나에게 꽥 소리를 지르는가?”

*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구절이다.

民食芻豢(민식추환) 麋鹿食薦(미록식천) 蝍蛆甘帶(즉저감대) 鴟鴉耆鼠(치아기서) 四者孰知正味(사자숙지정미). 

- 사람은 가축(소와 양과 개와 돼지)을 잡아먹고, 고라니와 사슴은 부드러운 풀을 뜯어먹고, 지네는 뱀을 좋아하고, 솔개와 까마귀는 쥐를 즐겨 잡아먹는데, (사람과 사슴과 지네와 솔개 까마귀) 네 부류 중에서 누가 참된 맛을 아는가?  

  • 芻(꼴 추) : 초식동물의 먹이인 풀(꼴)을 뜻하나 때로는 꼴을 먹는 동물 그 자체를 가리킨다.
  • 豢(기를 환) : 곡식으로 가축을 기르는 것을 뜻하며 마찬가지로 곡식을 먹는 가축을 가리킨다.
  • 蝍蛆(즉저) : 지네를 말한다.  蛆는 노래기이다.  어떤 판본에는 且(또 차)로 되어 있다.
  • 帶(대) : 작은 뱀을 가리키는 말이다.
  • 鴟鴉(치아) : 鴟는 솔개, 수리부엉이, 올빼미를, 鴉는 갈까마귀를 가리키는 말이다.
  • 耆(기) : 좋아하다, 즐겨먹다. 嗜와 같은 뜻으로 쓰였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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