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01) - 먼저 핀 꽃은 빨리 지고, 오래 엎드린 새는 높이 날아오른다

허섭 승인 2021.10.27 23:07 | 최종 수정 2021.10.29 09:22 의견 0
301 왕휘(王휘 1632~1717) 계산홍수도(溪山紅樹圖) 112.4+39.5 대북 고궁박물원
왕휘(王휘, 1632~1717) - 계산홍수도(溪山紅樹圖)

301 - 먼저 핀 꽃은 빨리 지고, 오래 엎드린 새는 높이 날아오른다. 

오래 엎드린 새는 반드시 높이 날고 먼저 핀 꽃은 홀로 먼저 시든다.

이를 알면 실족할 근심을 면할 수 있고 조급히 서두르는 마음을 없앨 수 있다.

  • 謝(사) : 꽃이 시듦, 떨이 떨어짐.
  • 蹭蹬(층등) : 발을 헛디디는 것. 실족(失足)하는 것을 뜻하여, 전(轉)하여 ‘세력을 잃는 것’ 을 의미한다.  두 글자 모두 비틀거리며 걷는 모양을 뜻한다.
  • 躁急之念(조급지념) : 조급하게 서두르는 마음.

◈ <비장충천(飛將衝天) 명장경인(鳴將驚人)> 의 고사(故事)

춘추(春秋) 오패(五覇) 의 한 사람인 초장왕(楚莊王)의 이야기이다.
초의 장왕은 영명한 군주였다. 그러나 그는 재위에 오른 지 3년 간을 오로지 주색과 사냥에 빠져 살았다. 또한 내쳐 ‘누구든지 간언(諫言)하는 자는 극형에 처하겠다’ 는 엄명도 내렸던 것이다. 

오거(伍擧)라는 신하가 임금을 뵙고 아뢰었다. “소신이 수수께끼를 하나 낼 터이니 알아 맞춰 보십시오.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 새가 있습니다. 대체 무슨 새이겠습니까?”  장왕이 대답하였다. “3년을 날지 않았다니 한 번 날면 저 하늘 끝까지 오를 것이요, 3년을 울지 않았으니 한 번 울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경이 말한 뜻을 알았으니 물러가라.”

그러나 몇 개월이 흘러가도 장왕은 여전히 오락에 빠져 있었다. 이번에는 소종(蘇從)이라는 신하가 죽음을 무릅쓰고 나섰다. “간언하는 자는 죽인다는 엄명을 잊었느냐?” “임금의 어리석을 깨우칠 수만 있다면 소신은 죽어도 여한이 없겠나이다.” 이 말을 들은 장왕은 마침내 매일 놀았던 연회를 끝내고 국정을 살피기 시작하니, 먼저 함께 유흥을 즐겼던 간신배들을 모두 몰아내고 능력 있는 인재를 등용했으니 우선 목숨을 걸고 간언한 오거와 소종을 백관의 우두머리로 삼았다. 

장왕이 노는 일에 빠져 있었던 것은 신하들을 살피며 인재를 뽑아 쓰기 위한 치밀한 계략이었던 것이다. 그는 마침내 초나라를 강국으로 만들었고 춘추시대의 패자로 군림하게 된다. 이처럼 오래 엎드린 새는 반드시 높이 날아오른다. 

◉『사기(史記)』 초세가(楚世家)에

有鳥在於阜(유조재어부) 三年不蜚不鳴(삼년불비불명) 是何鳥也(시하조야)

- 언덕의 새 한 마리가 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습니다. 이 새는 어떤 새입니까?

三年不蜚(삼년불비) 蜚將沖天(비장충천) 三年不鳴(삼년불명) 鳴將驚人(명장경인) 舉退矣(거태의) 吾知之矣(오지지의) 

- 3년 동안 날지 않았다니 날았다 하면 하늘을 찌를 것이고, 3년 동안 울지 않았다니 울었다 하면 사람을 놀라게 할 것이오. 경의 뜻은 알았으니 이만 물러가시오.

沖(冲) : 원래 ‘비다’ 의 뜻이나 ‘가운데, 중간 / 깊다, 부드럽다, 온화하다 / 찌르다, 날아오르다’ 의 뜻도 있다. 심지어는 정반대의 의미인 ‘채우다, 가득하다’ 의 뜻도 가진다. 텅 비어 아무것도 없음은 상대적으로 가득 찬 것일 수도 있으니 이것이 유무상통(有無相通)의 비밀인 것이다.
衝(충) : 찌르다, 향하다, 맞부딪히다.  충돌(衝突)
蜚(비) : 원래 ‘바퀴벌레, 쌕쌔기’ 를 말하는데, ‘飛(날 비)’ 의 의미로도 쓴다. 이것은 고대어에서 흔히 있는 경우로 발음의 유사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 결과적으로 沖과 衝, 그리고 蜚는 모두 飛의 의미인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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