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00) - 시의 정취는 파릉의 다리 위에 있으며, 맑은 흥취는 경호의 기슭에 있도다.  

허섭 승인 2021.10.26 20:54 | 최종 수정 2021.10.28 10:04 의견 0
300 왕시민(王時敏 1592~1680) 운산도(雲山圖) 171.7+60.2 상해박물관
왕시민(王時敏, 1592~1680) - 운산도(雲山圖)

300 - 시의 정취는 파릉의 다리 위에 있으며, 맑은 흥취는 경호의 기슭에 있도다.  

시상은 파릉교 위에 있으니 
나직이 읊조리면 숲과 골짜기가 문득 호연(浩然)해지고 

맑은 흥취는 경호의 기슭에 있으니 
혼자서 거닐면 산과 물이 서로 비추어 어우러지도다.

  • 詩思(시사) : 시상(詩想).
  • 灞陵橋(파릉교) : 당(唐)의 수도 장안(長安)의 동쪽 파수(灞水)에 있는 다리로, 옛사람들이 이별할 때 이 다리에 이르러 버들가지를 꺾어 송별의 마음을 전하였다고 한다.
  • 微吟就(미음취) : 작은 소리로 나직이 시를 읊조림.  就는 成의 뜻이다.
  • 林岫(임수) : 숲과 산골짜기.
  • 浩然(호연) : 탁 틔어 막힘이 없는 모양.
  • 野興(야흥) : 속세를 벗어난 흥취(興趣).
  • 鏡湖(경호) : 지금의 절강성 소흥현 남쪽에 있는 호수.
  • 映發(영발) : 서로 비춤, 아름답게 조화를 이룸.

◈ 『전당시화(全唐詩話)』에

  당나라 소종(昭宗) 재임 연간의 대신 정계(鄭綮 ?~899?)는 시를 잘 지었다. 어떤 사람이 물었다. “재상께서는 최근에 지은 시가 있습니까?” 그러자 정계는 “시사는 파교의 풍설 속 당나귀 등 위에 있으니 어찌 이것을 얻을 수 있겠소.” 라고 대답했다. 이 고사(故事)로부터 ‘파교려상(灞橋驢上)’ 은 ‘시상을 떠올리기에 가장 좋은 곳’ 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 相國鄭綮善詩(상국정계선시) 或曰(혹왈) 相國近爲新詩否(상국근위신시부) 對曰(대왈) 詩思在灞橋風雪中驢子上(시상재파교풍설중려자상) 此何以得之(차하이득지).

◈ 『당서(唐書)』 은일편(隱逸篇)에

  당(唐)의 시인 하지장(賀知章 677~744)은 천보(天寶) 연간에 비서감(秘書監)으로 있을 때에 병이 들었는데, 천상(天上)에서 노는 꿈을 꾸었다. 그는 마침내 도사가 되어 향리에 돌아가기를 청하니, 당시의 천자 현종(玄宗)은 경호(鏡湖)와 섬주(剡州) 두 골짜기를 그에게 하사하고 귀향을 허락하였다고 한다.

하지장(賀知章) 「회향우서(回鄕偶書)」 2 수(首)

離別家鄕歲月多 (이별가향세월다)  고향을 떠난 세월 하도 오래라 
近來人事半消磨 (근래인사반소마)  이제 오니 이전 사람 절반은 가고 없네 
惟有門前鏡湖水 (유유문전경호수)  오로지 문 앞의 경호만이 그대로이니
春風不改舊時波 (춘풍불개구시파)  봄바람도 옛 물결만은 바꾸지 못하네

少小離鄕老大回 (소소이향노대회)  젊어서 고향 떠나 늙어서 돌아오니
鄕音無改鬢毛摧 (향음무개빈모최)  사투리는 그대론데 살쩍만 세었구나
兒童相見不相識 (아동상견불상식)  아이들은 멀뚱멀뚱 나를 알지 못하고
笑問客從何處來 (소문객종하처래)  손님은 어디서 왔소 웃으며 묻네

  • 鬢 : 살쩍 빈.  ‘살쩍’ 은  ‘귀밑머리’ 를 말한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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