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03) - 진정한 수행이란, 세상 속에 살면서 세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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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9 22:55 | 최종 수정 2021.10.31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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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 - 진정한 수행이란, 세상 속에 살면서 세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진공은 공이 아니고, 상에 붙들림도 참이 아니고,
상을 깨트리는 것도 참이 아니다.
세존께서 무어라 말씀하였는가?
속세에 머물되 속세를 벗어나라 하셨으니
욕망을 따름도 괴로움이요, 욕망을 끊는 것도 괴로움이니
우리 스스로 몸과 마음을 잘 갈고닦기에 달린 것이다.
- 眞空(진공) : 참다운 공(空). 반야심경(般若心經)에 나오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의 空,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실체를 말함.
- 執相(집상) : 현상에 집착하는 것.
- 破相(파상) : 현상을 깨트리는 것, 즉 현상을 허망한 것으로 보는 봄.
- 世尊(세존) : 가장 존귀한 이, 석가모니 부처님을 높여 부르는 말.
- 發付(발부) : 의견을 발표함.
- 在世出世(재세출세) : 세상 속에 살면서 세상을 벗어남.
- 徇欲(순욕) / 絶欲(절욕) : 욕망을 따름 / 욕망을 끊음. 徇은 ‘從(좇다, 따르다)’ 의 뜻.
- 聽(청) : 원래 ‘듣다’ 의 뜻인데 聞이 영어의 hear 라면 聽은 listen 에 해당한다. 즉 ‘그냥 들리는 대로 듣는 것’ 이 아니라 ‘주의를 기울여 듣는 것’ 을 뜻한다. 전의(轉義)하여 ‘받아들이다, 허락하다, 따르다, 맡기다, 살피다, 엿보다’ 의 뜻이 있으며 관청을 뜻하는 廳과 관련하여 ‘재판하다, 결정하다’ 의 뜻도 갖고 있다. 여기서는 ‘맡기다, ~에 달려 있다’ 의 뜻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 참고로 영어의 listen에도 ‘따르다, 들어주다’ 의 뜻이 있다.
- 吾儕(오제) : 우리들. 儕는 복수접미사에 해당하며 等(등)이나 輩(배)의 뜻이다.
- 善自(선자) : 스스로 잘 ~하다. * 많은 번역본에서 이 단어에 대해 명확하게 풀이하지 않았는데, 여기서 自는 ‘스스로’, 善은 ‘착하다’ 의 뜻이 아니라 ‘잘하다’ 의 뜻으로 풀이함이 적절할 것이다.
- 修持(수지) : 마음을 닦고 몸을 가지런히 함. 수행(修行)을 뜻함.
◈ 『법구경(法句經)』 안락품(安樂品)에
198. 고뇌의 이 불길 속에서 오히려 무르익어감이여 / 내 삶은 더없이 충만하여라 / 고뇌의 이 기나긴 밤 지나면 / 그 영혼에 새벽빛 찾아오리라. (고뇌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뇌하지 않으매 여기 크나큰 즐거움이 솟는다 고뇌하는 사람들 속에서 고뇌하지 말고 살아가자.)
199. 탐욕 속에 살면서 탐욕이 없음이여 / 내 삶은 더없이 소박하여라 / 사람들은 탐욕으로 밤낮을 모를 때에 / 나만이라도 나 혼자만이라도 이 탐욕으로부터 멀리 벗어나 있자.
- 『법구경』 석지현 옮김 민족사
※ 괄호 속은 일본의 대학자 나까무라 하지메(中村元) 박사의 번역이다. 석지현 시인은 198장을 오히려 반어적(反語的)으로 번역하였다. 그의 통변(痛辯)은 다음과 같다.
- ‘영혼의 정화(淨化)는 고뇌(苦惱)의 불길을 통해서이다. 고뇌의 밤을 지나지 않으면 거기 새벽은 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를 원문 그대로 옮긴다면 고뇌 자체를 거부해 버리는 입장이 된다. 고뇌 자체를 거부한다면 그것은 결국 인간의 현실을 거부하는 고답주의(高踏主義)가 된다. 여기 고뇌를 거부하는 고답주의에는 절실함이 없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이 시를 반어적으로 옮겨 왔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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