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04) - 명예를 좋아하고 이익을 탐함은 신분 여하를 떠나서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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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9 23:03 | 최종 수정 2021.11.0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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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 명예를 좋아하고 이익을 탐함은 신분 여하를 떠나서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의로운 선비는 천승의 나라를 사양하고 탐욕스런 수전노는 한 푼을 다투니
그 인품은 천양지차이나 명예를 좋아함은 이익을 좋아함과 다를 바가 없으며
천자는 나라를 다스리고 걸인은 아침저녁 끼니를 달라고 외치니
그 지위와 신분은 천지 차이나 애타는 마음과 애타는 소리가 무엇이 다르리오.
- 烈士(열사) : 의협심이 강한 사람. 정의를 존중하는 선비.
- 千乘(천승) : 제후를 일컬음. 乘은 전차(戰車)를 의미하며, 萬乘은 천자(天子), 千乘은 제후(諸侯), 百乘은 대부(大夫)를 각기 일컫는 말이다.
- 一文(일문) : 돈 한 푼. 文은 원래 네모진 구멍이 있는 엽전을 의미한다. * 원래 文은 무늬를 뜻하는 글자였으나 나중에 紋(무늬 문) 자를 다시 만들게 되었으며, 엽전을 세는 단위어로 사용하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신발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어로도
- 인다.
- 星淵(성연) : ‘하늘에 있는 별과 땅에 있는 연못’ 이라는 말로, 하늘과 땅 차이를 뜻한다.
- 好名(호명) : 명예를 좋아함.
- 不殊(불수) : 다르지 않음. 특별한 것이 없음.
- 營家國(영가국) : 국가를 다스리다. 營은 다스리다, 경영하다.
- 饔飱(옹손) : 아침밥과 저녁밥. 饔은 아침밥 또는 익혀 조리한 음식을 뜻하며, 飧(飱)은 저녁밥 또는 물이나 국에 만 밥을 의미한다.
- 號饔飱(호옹손) : 밥을 달라고 구걸함. 즉 아침 저녁으로 집집마다 다니며 ‘밥 좀 주소’ 하고 구걸하는 소리를 말함.
- 位分(위분) : 지위와 신분.
- 霄壤(소양) : 하늘과 땅, 전(轉)하여 하늘과 땅의 차이를 뜻함.
- 焦思(초사) : 마음을 애태움. 노심초사(勞心焦思).
- 焦聲(초성) : 애타게 외치는 소리, 즉 목이 쉬도록 외치는 것을 말한다.
◈ 김관식(金冠植)의 「옹손지(饔飱志)」
해 뜨면 / 굴(屈) 속에서 / 기어나와 / 노닐고,
매양, / 나물죽 한 보시기 / 싸래기밥 두어 술 / 고프면 먹고, / 졸리면 자다.
남루(襤褸)를 벗어 / 바위에 빨아 널고 / 벌거벗은 채 / 쪼그리고 앉아서 / 등솔기에 햇살을 쪼이다.
해지면 / 굴(屈) 안으로 / 기어들어 / 쉬나니.
※ 『채근담』을 번역하면서 한국 현대 시인들의 시를 인용한 경우가 극히 드물었음에도 불구하고 김관식의 작품은 몇 편이나 인용하게 되었다. 그 이유인 즉슨 『채근담』의 저자 홍자성이 가장 존숭했던 인물이 도연명(陶淵明)이었고 ‘도연명의 세계’ 를 현대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사람이 김관식 시인이었기 때문이다.
아래에 김관식(金冠植 1934~1970) 시인의 본래면목(本來面目)과 그 생평(生平)을 극명(克明)하게 천명(闡明)한, 천상병(千祥炳 1930~1993) 시인의 추도시(追悼詩) -「김관식의 입관(入棺)」을 소개한다.
김관식의 입관(入棺) - 천상병
심통(心痛)한 바람과 구름이었을 게다. 네 길잡이는. / 고단한 이 땅에 슬슬 와서는 / 한다는 일이 / 가슴에서는 숱한 구슬. / 입에서는 독한 먼지. / 터지게 토(吐)해 놓고, / 오늘은 별일 없다는 듯이 / 싸구려 관(棺) 속에 / 삼베옷 걸치고 / 또 슬슬 들어간다. / 우리가 두려웠던 것은, / 네 구슬이 아니라, / 독한 먼지였다. / 촤충우돌(左衝右突)의 미학(美學)은 / 너로 말미암아 비롯하고, / 드디어 끝난다. / 구슬도 먼지도 못 되는 / 점잖은 친구들아, / 이제는 당하지 않을 것이니 / 되레 기뻐해다오. / 김관식의 가을바람 이는 이 입관(入棺)을.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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