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22) - 나의 본래면목은 태어나기 이전의 모습과 죽은 이후의 모습에 있을지니 …

허섭 승인 2021.11.17 17:48 | 최종 수정 2021.11.19 19:10 의견 0
322 임웅(任熊 1820~1857) 자화상(自畵像) 177.5+78.8 북경 고궁박물원
임웅(任熊, 1820~1857) - 자화상(自畵像) 

322 - 나의 본래면목은 태어나기 이전의 모습과 죽은 이후의 모습에 있을지니 …

이 몸이 태어나기 전에 어떤 모습이었을지를 생각해 보라.
또한 이미 죽고 난 뒤에 어떤 모습일지를 생각해 보라.

그런즉 모든 망념이 불 꺼진 재처럼 식어 오직 본성만이 고요히 남으니
절로 만물을 벗어나 창조 이전의 세계에서 노닐게 될 것이다.

  • 試思(시사) : 짐짓(시험 삼아) 생각하다. ‘~라고 (한번) 생각해 보라’ 는 명령문 형식이다.
  • 未生之前(미생지전) : 태어나기 이전. * 불교에서 말하는 ‘父母未生前(부모미생전) 本來面目(본래면목)’ 이라는 화두(話頭)를 생각게 하는 말이다. ‘父母未生前’ 을 두고 ‘부모에게서 태어나기 이전에’ 또는 ‘부모님이 태어나기 이전에’ 라 왈가불가 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 象貌(상모) : 모양, 모습. 
  • 旣死之後(기사지후) : 이미 죽고 난 후.
  • 景色(경색) : 경치, 상태. 앞에 나온 象貌와 같은 뜻으로 ‘모습’ 이라 하면 될 것이다.
  • 萬念灰冷(만념회랭) : 모든 망념(망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불 꺼진 재처럼 싸늘해짐.
  • 一性(일성) : 본성(本性).
  • 寂然(적연) : 고요한 모양. 
  • 超物外(초물외) : 현상계의 바깥을 벗어남, 현실의 상대세계(相對世界)를 초월함.  
  • 象先(상선) : 만물이 생겨나기 이전의 상태, 현상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절대경(絶對境)을 말함.  * 『노자(老子)』에서 나온 말이다. * 『노자(老子)』제4장에

吾不知其誰之子也(오부지기수지자야) 象帝之先(상제지선) - 나는 도가 누구의 자식인지 알 수 없으되 어쩌면 하느님보다 먼저인지도 모르겠다. 라는 말이 보인다.

◈ 이른바 <父母未生前(부모미생전) 本來面目(본래면목)> 이란

위산 영우(潙山 靈祐 771~853)와 향엄 지한(香嚴 智閑 ?~898) 선사(禪師) 사이의 이야기이다. 

워낙 똑똑하고 불경에 해박하고 달변인 향엄에게, 스승인 위산은 뭔가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그에게 ‘네가 배운 불경이나 경전은 다 내려놓고, 네가 부모님에게서 태어나기 전에 너는 누구였는가?’ 즉 "부모미생전의 본래면목은 무엇인가?’ 라는 화두를 던진다.

향엄은 막막함을 느끼고 스승에게 답을 알려 달라 하지만 스승은 ‘내가 답하면, 네  것이 되지 못한다’ 하며 거절하였고, 스승의 곁을 떠나서 방황하며 계속 고민하던 향엄은,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돌을 걷어찼는데 그 돌이 대나무에 부딪혀 ‘딱’ 하는 소리를 듣고 마침내 깨치게 되었으며, ‘그때 가르쳐 주지 않아 감사합니다’ 라며 스승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고 전한다. 

◈ 『노자(老子)』 제25장

有物混成(유물혼성) 先天地生(선천지생) 寂兮廖兮(적혜요혜). 獨立而不改(독립이불개) 周行而不殆(주행이불태) 可以爲天下母(가이위천하모). 吾不知其名(오부지기명) 字之曰道(자지왈도) 强爲之名曰大(강위지명왈대). 大曰逝(대왈서) 逝曰遠(서왈원) 遠曰反(원왈반). 故道大(고도대) 天大(천대) 地大(지대) 王亦大(왕역대). 域中亦四大(역중유사대) 而王居其一焉(이왕거기일언). 人法地(인법지) 地法天(지법천) 天法道(천법도) 道法自然(도법자연).

- 마구 섞이어 두루뭉수리인 한 물건이 있는데 하늘과 땅이 생겨나기 전부터 있어 고요하고 쓸쓸하다. 홀로 우뚝 서서 바뀔 줄을 모르고 두루 행하되 잠시도 쉬지를 않으니 천하 만물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 이름을 모르거니와 문자로 말하면 도(道)라 하고 억지로 이름을 붙이면 크다(大)고 하니, 크기 때문에 미치지 않는 곳이 없고 미치지 않는 데가 없으니까 멀다고 하고 멀리 가니까 돌아온다고 한다. 그러므로 도는 크고 하늘도 크고 땅도 크고 왕도 크니 이 세상에 네 가지 큰 것이 있어 왕 또한 그 가운데 하나를 차지하거니와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 요한복음 8장 52~59절

52. 유대인들이 이르되 지금 네가 귀신 들린 줄을 아노라 아브라함과 선지자들도 죽었거늘 네 말은 사람이 내 말을 지키면 영원히 죽음을 맛보지 아니하리라 하니

53. 너는 이미 죽은 우리 조상 아브라함보다 크냐 또 선지자들도 죽었거늘 너는 너를 누구라 하느냐

54.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네게 영광을 돌리면 내 영광이 아무것도 아니거니와 내게 영광을 돌리시는 이는 내 아버지시니 곧 너희가 너희 하나님이라 칭하는 그이시라

55. 너희는 그를 알지 못하되 나는 아노니 만일 내가 알지 못한다 하며 나도 너희같이 거짓말쟁이가 되리라 나는 그를 알고 또 그의 말씀을 지키노라

56. 너희 조상 아브라함은 나의 때 볼 것을 즐거워하다가 보고 기뻐하였느니라

57. 유대인들이 이르되 네가 아직 오십도 안 되었는데 아브라함을 보았느냐

58. 예수께서 이르시되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브라함이 나기 전부터 내가 있느니라 하시니

59. 그들이 돌을 들어 치려 하거늘 예수께서 숨어 성전에서 나가시니라

◈ 요한복음 17장 20~26절

20. 내가 비옵는 것은 이 사람들만 위함이 아니요 또 그들의 말로 말미암아 나를 믿는 사람들도 위함이니

21.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

22. 내게 주신 영광을 내가 그들에게 주었사오니 이는 우리가 하나가 된 것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려 함이니이다

23. 곧 내가 그들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어 그들로 온전함을 이루어 하나가 되게 하려 함은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과 또 나를 사랑하심 같이 그들도 사랑하신 것을 세상으로 알게 하려 함이로소이다

24. 아버지여 내게 주신 자도 나 있는 곳에 나와 함께 있어 아버지께서 창세 전부터 나를 사랑하시므로 내게 주신 나의 영광을 그들로 보게 하시기를 원하옵나이다

25. 의로우신 아버지여 세상이 아버지를 알지 못하여도 나는 아버지를 알았사옵고 그들도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줄 알았사옵나이다

26. 내가 아버지의 이름을 그들에게 알게 하였고 또 알게 하리니 이는 나를 사랑하신 사랑이 그들 안에 있고 나도 그들 안에 있게 하려 함이니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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