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18) - 글은 졸박함으로 나아가고 도 또한 졸박함으로 이루나니, 졸(拙) 이 한 글자에 무한한 뜻이 있도다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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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3 16:37 | 최종 수정 2021.11.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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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 글은 졸박함으로 나아가고 도 또한 졸박함으로 이루나니, 졸(拙) 이 한 글자에 무한한 뜻이 있도다.
글은 졸박(拙朴)함으로 나아가고 도 또한 졸박함으로써 이루나니
이 졸(拙) 자 한 글자에 무한한 뜻이 있다.
만일 ‘복사꽃 핀 마을에 개가 짖고 닭이 운다’고 하면 얼마나 순박한가?
그러나 ‘찬 연못에 달이 밝고 고목에 까마귀 운다’고 하면
교묘하기는 한데 오히려 삭막한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 文以拙進(문이졸진) : 글은 꾸미지 않음으로 나아가고. 拙은 ‘자연 그대로 꾸미지 않음’. 以拙은 ‘守拙(수졸) - 졸을 지킴으로써’ 의 뜻이다.
- 道以拙成(도이졸성) : 도(道)도 꾸밈이 없음으로 이루어지니.
- 桃源犬吠̖(도원견폐) 桑間鷄鳴(상간계명) : 복사꽃 핀 마을에 개가 짖고, 뽕나무 사이에서 닭이 운다.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선경(仙境)의 모습이다. **후집 43장 참조.
- 何等(하등) : 얼마나.
- 淳龐(순방) : 순박하여 꾸밈이 없음. 龐은 ‘높고 크다 / 두텁고 크다’ 의 뜻으로는 ‘방’ 으로 읽지만, ‘충실하다 / 강성하다’ 의 뜻으로는 ‘롱’ 으로 읽는다. 한편 龐(방)은 ‘어지럽다, 난잡
- 다’ 의 부정적인 뜻도 가지고 있다. * 尨(삽살개 방) 자와 그에서 나온 厖(방)도 ‘크다, 섞이다, 도탑다’ 의 뜻을 가지고 있으니 龐과 尨(厖)은 그 쓰임이 같은 통용자(通用字)인 셈이다.
- 至於(지어) : ~에 이르러, ~라 하면.
- 寒潭之月(한담지월) 古木之鴉(고목지아) : 찬 연못에 비친 달과 고목에 앉은 까마귀. * 출전 미상(未詳)의 시구이다.
- 工巧(공교) : 교묘함. 앞에 나온 拙에 대응하는 말이다.
- 衰颯(쇠삽) : 생기가 없는 모양. 颯은 ‘바람 소리’ 를 뜻하는 말이나, ‘흐트러지다, 어지럽다 / 쇠하다, 이울다 / 엄하다, 쌀쌀하다’ 의 뜻도 있다.
◈ 『노자(老子)』 제80장에
小國寡民(소국과민), 使有什佰之器而不用(사유십백지기이불용), 使民重死而不遠徙(사민중사이불원사). 雖有舟輿(수유주여) 無所乘之(무소승지), 雖有甲兵(수유갑병) 無所陳之(무소진지). 使人復結繩而用之(사인부결승이용지), 甘其食(감기식), 美其服(미기복), 安其居(안기거), 樂其俗(낙기속). 隣國相望(인국상망) 鷄犬之聲相聞(계견지성상문) 民至老死不相往來(민지노사불상왕래).
-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어서, 열 사람 백 사람 몫을 할 만한 그릇(인재나 기구)이 있어도 부릴 데가 없고, 백성으로 하여금 죽음을 무겁게 여겨 먼 데로 옮겨 다니지 않게 한다. 배나 수레가 있어도 탈 일이 없고, 갑옷 입은 군대가 있어도 진을 벌일 일이 없다. 백성으로 하여금 노끈을 매듭지어 쓰게 하고, 그 음식을 달게 먹으며 그 옷을 아름답게 입으며 그 거하는 곳에 평안하며 그 풍속을 즐기게 한다. 이웃나라가 서로 바라보고 닭과 개 울음소리가 서로 들리지만 백성은 늙어서 죽도록 서로 오가지를 않는다.
※ 노자가 말하는 이상(理想) 국가 - <작은 나라> 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노자가 밝힌 이상향(理想鄕) - 유토피아는 그대로 도연명(陶淵明)에게 이어졌으며 이후 ‘닭 울음소리와 개 짖는 소리’ 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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