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15) - 고요한 가운데 그윽한 정취가 일고, 쓸쓸한 가운데 생동의 기운을 느낀다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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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1 10:26 | 최종 수정 2021.11.1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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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 - 고요한 가운데 그윽한 정취가 일고, 쓸쓸한 가운데 생동의 기운을 느낀다
모든 소리가 고요한 가운데 홀연히 한 마리 새 소리를 들으면
문득 온갖 그윽한 정취를 불러일으키고
모든 초목이 시들어 떨어진 뒤에 홀연히 한 줄기 빼어난 꽃을 보면
문득 무한한 생의 기운이 꿈틀거린다.
가히 알게 되리.
본성은 늘 메마르지 않고 정신은 사물과 부딪혀 발동하는 것임을 …
- 萬籟(만뢰) :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소리. 籟는 바람으로 인해 구멍을 통해 나오는 모든 소리로 『장자(莊子)』에는 천뢰(天籟) ․ 지뢰(地籟) ․ 인뢰(人籟) 등 삼뢰(三籟)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이 있다.
- 寂廖(적료) : 고요하고 쓸쓸함.
- 忽(홀) : 홀연히, 갑자기. 怱(悤)은 ‘바쁠 총’ 으로 별개의 글자이다.
- 弄聲(농성) : 새가 우짖는 소리.
- 許多(허다) : 많은, 온갖. 많다, 허다하다.
- 幽趣(유취) : 그윽한 정취.
- 萬卉(만훼) : 모든 초목.
- 摧剝(최박) : 꽃이 시들고 나뭇잎이 떨어짐. 摧는 ‘꺾다, 쇠퇴하다, 멸망하다’ 의 뜻, 剝은 ‘벗기다, 어려움을 겪다’ 의 뜻.
- 擢秀(탁수) : 꽃이 핌. 擢은 ‘뽑다, 뽑아내다, 제거하다 / 빼어나다, 뛰어나다’ 의 뜻을 가진다. 여기서 秀는 ‘穗(이삭 수)’ 를 의미함. 발탁(拔擢).
* 擢秀 : 초목의 이삭이 길게 자람, 전(轉)하여 인품이 무리에서 빼어남을 뜻함.
* 秀는 벼(禾)의 열매가 맺혀 아래로 늘어진(乃) 모양을 나타낸 글자이다.
- 觸動(촉동) : 사물에 닿아 움직임, 즉 촉발되어 따라 움직임.
- 生機(생기) : 생생발전(生生發展)의 작용, 생기(生氣).
- 可見(가견) : 가히 알겠도다. 영어의 ‘it seems to be ~’ 구문에 해당한다.
- 性天(성천) : 타고난 본성(本性), 천성(天性).
- 枯槁̖(고고) : 마르고 시듦.
- 機神(기신) : 활동하는 정신, 활발한 정신.
- 最宜(최의) : 가장 잘 적합함. 여기서 宜는 ‘알맞다, 아름답다(善美하다), 좋다’ 의 뜻이다.
- 觸發(촉발) : 사물에 부딪혀 발동함. 앞에 나온 觸動(촉동)과 같은 의미임.
◈ 왕적(王籍)의 「입약야계(入若耶溪)」 중에서
艅艎何汎汎 (여황하범범) 이 큰 배가 어찌 둥둥 떠갈 수 있나
空水共悠悠 (공수공유유) 하늘과 강물 모두 아득하구나
陰霞生遠岫 (음하생원수) 노을은 먼 산 끝에서 일어나고
陽景逐廻流 (양경축회류) 햇빛은 강물 따라 흘러가네
蟬噪林逾靜 (선조임유정) 매미가 울어대니 숲은 더욱 고요하고
鳥鳴山更幽 (조명산갱유) 새가 울어 산은 다시 그윽하도다
此地動歸念 (차지동귀념) 이곳은 고향 생각 절로 돌이키니
長年悲倦遊 (장년비권유) 오랜 세월에 지친 이 몸 슬프게 하네
- 若耶溪 : 중국 월(越) 나라 미녀 서시(西施)가 연밥을 따던 시내. 越溪(월계)라고도 함.
- 艅艎 : 원래 오(吳) 나라의 왕이 타던 배 이름이었으나, 나중에 큰 배를 지칭하는 대표어가 됨.
※ 약야계가 있는 浙江省(절강성)은 杭州灣(항주만)과 錢塘江(전당강) 등 물의 고장이다. 약야계에 들어가려니 여황배는 둥둥 떠 있고 하늘과 물이 한 빛으로 유유하다. 먼 산 바위에서 흐릿한 노을이 생겨나고 해는 굽이도는 강물에 쫓기는가 어느덧 석양에 가깝다. 매미들이 시끄럽게 맴맴 우니 숲이 오히려 조용하고, 산새들 울어대니 산은 더욱 깊숙한 느낌이다. 이 좋은 광경을 즐거이 유람했으니, 이제는 산천 구경을 그만 하고 집에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함련(頷聯) 3~4구와 경련(頸聯) 5~6구의 대구(對句)가 절실하게 이루어졌는데, 특히 경련의 대구는 역설적이니 ‘매미 소리로 해서 숲이 한결 고요하고 산새 소리로 해서 숲이 더욱 그윽하다’ 는 아무나 그릴 수 없는 명구(名句)이다. 서경(敍景)을 멋지게 펼치다가 서정(敍情)으로 마무리했다. 한편 ‘長年’ 을 사공으로 보아 ‘뱃사공은 멀리 가기에 지쳐 슬퍼하더라.’ 로 풀이하기도 한다.
◈ 왕안석(王安石)의 「영석류(詠石榴)」 중에서
萬綠叢中紅一點 (만록총중홍일점) 온통 푸르른 잎 가운데 한 송이 붉은 꽃이라
動人春色不須多 (동인춘색불수다) 사람 마음 움직이는 봄빛이야 많으면 무엇하리
* 이른바 ‘홍일점(紅一點)’ 이라는 말의 출전이 된 시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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