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16) - 칼자루를 손에 쥐고 풀어놓고 거두기를 자유자재로 하다  

허섭 승인 2021.11.11 14:04 | 최종 수정 2021.11.14 12:39 의견 0
316 매청(梅淸 1623~1697) 선성승람도(宣城勝覽圖) 2폭 각 27.1+54.6
매청(梅淸, 1623~1697) - 선성승람도(宣城勝覽圖)

316 - 칼자루를 손에 쥐고 풀어놓고 거두기를 자유자재로 하다  

백낙천(白樂天)은 말하기를, 
몸과 마음을 풀어놓아 눈감고 자연의 조화에 맡기는 것이 제일이다 했으며

조보지(晁補之)는 말하기를,
몸과 마음을 거두어 꼼짝도 않고 곧장 선정에 들어감이 제일이다 했으니

풀어놓아버리면 마구 흘러 미치광이가 되고 
거두어 묶어버리면 메말라 생기가 없게 되니

오직 몸과 마음을 다루는 데에 있어 최상의 방도는
자루를 손에 쥐고 ‘풀어놓고 거두기’를 자유자재로 하는 것이다.

  • 白氏(백씨) : 당(唐)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 字는 樂天)를 말함.
  • 不如(불여) : ~함만 못하다.
  • 冥然(명연) : 어두운 모양, 눈을 감고 있는 모양.  冥은 ‘어둡다’ 의 뜻이고 때로는 ‘저승’ 을 의미하는 글자이다. * 명복(冥福)은 ‘죽은 사람이 저승에서 받는 복’ 으로 살아있는 사람에게 쓰면 안 되는 단어이다. 
  • 任天造(임천조) : 천조(天造)에 맡김, 하늘의 조화를 따름. 자연이 절로 되어가는 대로 따름을 말함.
  • 晁氏(조씨) : 송(宋)의 시인 조보지(晁補之 1053~1110)를 말함. 字는 無咎(무구)로 蘇東坡(소동파)의 제자로 시서화(詩書畵)에 모두 뛰어났다.  晁는 ‘朝(아침 조)’ 의 고자(古字)이다.
  • 凝然(응연) : 움직이지 않는 모양.
  • 歸寂定(귀적정) : 적정(寂定)에 들어감. 즉 망념잡상(妄念雜想)을 버리고 선정(禪定)에 들어감.  
  • 流(류) : 마구 흐름. 그 도(度)가 지나침.
  • 猖狂(창광) : 미치광이.
  • 枯寂(고적) : 마른 나무처럼 생기가 없음. 
  • 唯(유) : 오직.
  • 善操(선조) : 잘 조정하다.  善은 ‘잘하다’ 의 뜻으로 쓰임.
  • 的(적) : ~하는 것.  앞에 나온 말을 하나의 명사절로 만들어 주는 기능을 하고 있음.
  • 把柄在手(파병재수) : 손에 칼자루를 쥐다.  在는 於와 같이 쓰임. * 원문에 把는 파(칼자루 木+霸)로 되어 있다. 
  • 收放自如(수방자여) : 풀어놓고(方) 거두는(收) 것을 마음대로 함. 自如는 자유자재(自由自在)로 함.

◈ 백낙천(白樂天)의 「수하(首夏)」 중에서

沈憂竟何益 (침우경하익)  걱정에 골몰한들 무슨 이익 있는가
祇自勞懷抱 (기자로회포)  다만 스스로 마음만 수고롭네
不如放身心 (불여방신심)  몸과 맘을 풀어놓아
冥然任天造 (명연임천조)  아득히 자연의 조화를 따라가리

朝飯山下寺 (조반산하사)  아침은 산 아래 절에서 먹고
暮醉湖中島 (모취호중도)  저녁엔 물 가운데 섬에서 취하네
何必歸故鄕 (하필귀고향)  어찌 꼭 고향에 돌아가리
玆焉可終老 (자언가종로)  여기서 늙어 마치려 하네

首夏 : 맹하(孟夏)와 같은 말로 ‘초여름’ 을 뜻한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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