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14) - 달 아래 거문고를 뜯고 바람결에 피리를 불 수 있다면 …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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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9 19:33 | 최종 수정 2021.11.1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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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 달 아래 거문고를 뜯고 바람결에 피리를 불 수 있다면 …
좁은 방에서도 모든 근심을 다 버리면
‘어찌 단청 기둥에 구름이 날고 주렴 너머로 비를 걷는다’ 라고 말하리오
석 잔 술을 마신 뒤 모든 진리를 깨달으면
오직 달 아래 거문고를 뜯고 바람결에 피리를 불 줄 알리라
- 斗室(두실) : 좁은 방. 斗는 ‘한 말들이 됫박’ 이니 아주 작은 방을 말함.
- 都捐(도연) : 모두 버림. 捐은 ‘버리다, 없애다, 주다, 바치다, 내놓다, 기부하다’ 등의 뜻이 있으나 여기서는 ‘棄(버릴 기)’ 의 뜻으로 쓰인 것이다. 출연금(出捐金)
- 甚(심) : 어찌. 의문사 ‘何(어찌 / 무슨)’ 와 같은 의미로 쓰임.
- 畵棟(화동) : 단청을 입힌 기둥.
- 畵棟飛雲(화동비운) ̖珠簾捲雨(주렴권우) : ‘아름답게 채색한 기둥에 구름이 날고 / 주렴을 걷고서 비를 바라본다’ 는 뜻으로, 호화롭고 웅장한 고루거각(高樓巨閣)을 의미한다. *당(唐)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 에서 따온 구절임.
- 一眞(일진) : 모든 진리. 여기서 일은 ‘모두, 모든, 온통, 온 - ’ 의 뜻이다. * 一은 이외에도 ‘처음 / 오로지 / 어떤 / 한결같이 / 같다’ 등의 뜻도 있다.
- 三杯後(삼배후) 一眞自得(일진자득) : 술 석 잔을 마신 후 모든 진리를 깨달음. * 이백(李白)의 「월하독작(月下獨酌)」 에서 따온 구절임. 三盃通大道 一斗合自然
- 素琴(소금) : 장식이 없는 소박한 거문고.
- 橫(횡) : 눕히다. 전(轉)하여 ‘거문고를 탄다’ 는 뜻이다.
※ 앞의 문장에서 <說甚 ~ (어찌 ~라 말하리오)> 이란 문장 형식을 취한 까닭은, 왕발의 「등왕각서」에서 인용한 구절이 ‘크고 화려한 누각’ 을 뜻하는 것이기에 때문이다. 즉 필자는 ‘작은 다락방 속에서도 모든 근심을 버릴 수 있다면 굳이 고루거각(高樓巨閣)의 호화로운 생활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 는 의미로 말한 것이다.
◈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 중에서
滕王高閣臨江渚 (등왕고각임강저) 강가에 자리 잡은 등왕의 높은 누각
佩玉鳴鑾罷歌舞 (패옥명란파가무) 패옥 소리 말방울 소리 춤과 노래 그쳤는데
畵棟朝飛男浦雲 (화동조비남포운) 단청 올린 기둥에는 남포의 아침 구름이 흐르고
珠簾暮捲西山雨 (주렴모권서산우) 걷어 올린 주렴 너머로 서산의 저녁 비가 흩뿌리네
閑雲潭影日悠悠 (한운담영일유유) 물 위에 비친 구름 뉘엿뉘엿 해는 지고
物煥星移度幾秋 (물환성이도기추) 삼라만상 별자리 옮겨간 지 몇 해던고
閣中帝子今何在 (각중제자금하재) 누각 위의 왕자님은 지금 어디 계시는가
檻外長江空自流 (함외장강공자류) 난간 너머 장강만이 무심히 흘러가네
* 捲은 ‘말다, 걷다’ 의 뜻으로 위 싯구에서는 ‘주렴을 걷어올린다’ 는 의미와 ‘비를 긋는다’ 라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의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를 긋다’ 라는 말은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는 뜻이다.
◈ 이백(李白)의 「월하독작(月下獨酌)」 중에서
三盃通大道 (삼배통대도) 석 잔 술은 대도에 통하고
一斗合自然 (일두합자연) 한 말 술은 자연에 합하거니
俱得醉中趣 (구득취중취) 취하여 얻는 참 즐거움을
勿謂醒者傳 (물위성자전) 술도 못 먹는 맹숭이에겐 이르지 말라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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