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19) - 사물의 부림을 받는 자와 스스로 사물을 부리는 자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허섭 승인 2021.11.14 22:00 | 최종 수정 2021.11.15 14:03 의견 0
319 원강(袁江 1670~1755 추정) 봉래선도도(蓬萊仙島圖) 160.4+96.8 북경 고궁박물원
원강(袁江, 1670~1755 추정) - 봉래선도도(蓬萊仙島圖) 

319 - 사물의 부림을 받는 자와 스스로 사물을 부리는 자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스스로 사물을 부리는 이는 본디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잃어도 근심하지 않으니
천하대지가 모두 그가 노니는 곳이며

스스로 사물의 부림을 받는 이는 본디 역경을 싫어하고 순경을 좋아하는지라
털끝만 한 일에도 곧 얽매이게 된다.

  • 以我轉物(이아전물) : 자신의 뜻대로 사물을 부림.  轉은 ‘마음대로 부리다’ 使 또는 役의 뜻이다.
  • 得(득) : 얻다, 성공하다.
  • 固(고) : 본디, 진실로.
  • 盡屬(진속) : 모두 ~에 속하다.
  • 逍遙(소요) :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노닐다. 세상일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지내는 것을 말함.
  • 以物役我(이물역아) : 사물의 부림을 받음. 즉 사물에 매여 스스로 구속받음.
  • 逆(역) / 順(순) : 역경(逆境) / 순경(順境).
  • 생증(生憎) / 생애(生愛) : 증오(憎惡)를 드러내고 / 애착(愛着)을 드러내다.  生은 ‘나타내다, 드러내다’ 의 뜻이다.
  • 一毛(일모) : 털끝만 한 일, 아주 하찮은 일.
  • 纏縛(전박) : 얽매임, 속박(束縛)당함.  纏은 발목을 묶는 것이라면 縛은 오랏줄로 손목을 묶는 것이니 즉 수갑(手匣)을 채우는 것이다.

◈ 『순자(荀子)』 수신편(修身篇)에

志意修則驕富貴(지의수즉교부귀) 道義重則輕王公(도의중즉경왕공) 內省而外物輕矣(내성이외물경의). 傳曰(전왈) 君子役物(군자역물) 小人役於物(소인역어물) 此之謂也(차지위야). 

- 뜻이 닦여지면 부유하거나 지위 높은 사람 앞에서도 교만할 수 있고, 도의(道義)가 중후해지면 임금이나 재상도 가볍게 보게 된다. 내면을 성찰하게 되면, 바깥 사물은 가벼워지게 되기 때문이다. 예부터 전하는 말에 ‘군자는 외물(外物)을 부리지만, 소인은 외물에게 부림을 당한다’ 고 한 것은 이것을 뜻하는 말이다. 

身勞而心安(신로이심안) 爲之(위지), 利少而義多(이소이다의) 爲之(위지). 事亂君而通(사난군이통) 不如事窮君而順焉(불여사궁군이순언). 故良農不爲水旱不耕(고양농불위수한불경) 良賈不爲折閱不市(양고불위절열불시) 士君子不爲貧窮怠乎道(사군자불위빈궁태호도).

- 몸은 수고롭다 하더라도 마음이 편안한 일이라면 하고, 이익은 적다하더라도 의로움이 많은 일이라면 한다. 어지러운 나라의 임금을 섬겨 뜻대로 출세하는 것은, 곤경에 빠진 나라의 임금을 섬기며 의로움을 따르는 것만 못한 일이다. 그러므로 훌륭한 농부는 장마가 지거나 가뭄이 든다고 해서 밭을 갈지 않는 법이 없고, 훌륭한 장사꾼은 손해를 본다고 해서 장사를 하지 않는 일이 없으며, 군자는 가난하고 궁핍하다고 해서 도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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