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25) - 자연의 정취를 누림은 오직 고요한 자만이 그 주인이 될 수 있고, 홀로 한가로운 자만이 갖는 권리이어라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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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9 18:59 | 최종 수정 2021.11.2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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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 자연의 정취를 누림은 오직 고요한 자만이 그 주인이 될 수 있고, 홀로 한가로운 자만이 갖는 권리이어라
바람과 꽃의 시원하고 산뜻함, 눈과 달의 맑고 깨끗함은
오직 고요한 사람만이 그 주인이 될 수 있고
물과 나무의 번성하고 메마름, 대나무와 돌의 자라남과 사라짐은
오직 한가로운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 瀟洒(소쇄) : 산뜻하고 시원함, 속된 기운이 없이 맑고 깨끗함.
- 空淸(공청) : 맑고 깨끗함.
- 唯(유) / 獨(독) : 오직, 유독(惟獨/唯獨).
- 榮枯(영고) : 무성함과 시듦.
- 消長(소장) : 사라짐과 자라남. 성쇠(盛衰). 앞에 나온 榮枯와 합하여 영고성쇠(榮枯盛衰)가 됨.
- 操其權(조기권) : 권리를 잡음, 즉 마음대로 누림.
◈ 소강절(邵康節邵雍소옹 1011~1077) 선생의 「소거음(小車吟)」에
閑爲水竹雲山主(한위수죽운산주) 靜得風花雪月權(정득풍와설월권).
- 한가함은 물과 대나무와 구름과 산의 주인이 되고, 고요함은 바람과 꽃과 눈과 달의 권리를 얻는다.
여기에 선생의 자서전(自敍傳)에 해당하는「안락음(安樂吟)」이란 시를 소개한다.
「안락음(安樂吟)」
安樂先生(안락선생) 不顯姓氏(불현성씨) 안락선생은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垂三十年(수삼십년) 居洛之涘(거낙지사) 삼십 년을 낙양 물가에 살았다네
風月情懷(풍월정회) 江湖性氣(강호성기) 풍월을 마음에 품고 강호가 성정에 맞아
色斯其擧(색사기거) 翔而後至(상이후지) 안색을 살펴 날아오르다가, 빙빙 돌다 내려앉았네
無賤無貧(무전무빈) 無富無貴(무부무귀) 천함도 가난함도 없고 부하고 귀함도 없어
無將無迎(무장무영) 無拘無忌(무구무기) 보내고 맞음도 없고 구속하고 꺼림도 없네
窘未嘗憂(군미상우) 飮不至醉(음부지취) 궁색해도 근심하지 않고 마셔도 취하지 않으며
收天下春(수천하춘) 歸之肝肺(귀지간폐) 천하의 봄기운을 거두어 가슴에 간직하네
盆池資吟(분지자음) 瓮牖薦睡(옹유천수) 작은 연못가에서 시를 짓고 항아리 창문에서 낮잠 자네
小車賞心(소거상심) 大筆快志(대필쾌지) 작은 수레에 올라 경치를 즐기고 큰 글씨에 장쾌한 뜻을 담네
或戴接籬(혹대접리) 或著半臂(혹착반비) 두건을 쓰기도 하고 반팔 옷을 입기도 하고
或坐林間(혹좌임간) 或行水際(혹행수제) 숲속에 앉기도 하고 물가를 거닐기도 하네
樂見善人(락견선인) 樂聞善事(락문선사) 선한 사람 보기를 좋아하고 선한 일 듣기를 좋아하고
樂道善言(락도선언) 樂行善意(락행선의) 선한 말 하기를 좋아하고 선한 뜻 행하기를 좋아하네
聞人之惡(문인지악) 若負芒刺(약부망자) 남의 악행을 들으면 가시덤불을 등에 진 것 같이 하고
聞人之善(문인지선) 如佩蘭蕙(여패란혜) 남의 선함을 들으면 난초를 허리에 두른 듯이 하네
不佞禪伯(불녕선백) 不諛方士(불유방사) 선사에게 아첨하지 않고 방사에게도 아부하지 않으니
不出戶庭(불출호정) 直際天地(직제천지) 대문을 나서지 않아도 천지의 변화를 꿰뚫고 있다네
三軍莫淩(삼군막릉) 萬鍾莫致(만종막치) 삼군의 위세로도 함부로 못 하고 만금의 봉록으로도 부릴 수 없으니
爲快活人(위쾌활인) 六十五歲(육십오세) 이렇듯 쾌활한 사람으로, 65년을 살아왔다네
* 별로 어려운 구절이 없는 시이나 유독 밑줄 친 구절만은 약간의 논란이 있는 부분이다. 이 구절을 두고 어떤 이들은 ‘세상에 나아가고 물러남에 때와 기미를 보아 한다네’ 라고 번역하였는데 소강절은 상수학(象數學)의 비조(鼻祖)로 매일 일진(日辰)을 뽑아 점을 쳤으니 이러한 해석도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 참고로 주자(朱子)가 지은, 「육선생화상찬(六先生畵像讚)」 중에서 <강절선생(康節先生)> 부분을 소개한다.
挺人豪傑(정인호걸) 英邁蓋世(영매개세) 하늘이 호걸을 냈으니 영특함이 세상에서 뛰어났네
駕風鞭霆(가풍편정) 歴覽無際(력람무제) 바람을 타고 우레를 채찍질하니 가없는 세계를 두루 보았네
手探月窟(수탐월굴) 足躡天根(족섭천근) 손으로는 달 속의 굴을 더듬고 발로는 하늘의 맨 끝자락을 밟았다네
閒中今古(한중금고) 醉裏乾坤(취리건곤) 한가로이 고금을 살펴보고 취한 가운데 건곤을 굽어보았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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