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26) - 닭백숙에 막걸리라면, 무명 두루마기에 베잠방이라면 나는야 최고로 좋아라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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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1 18:54 | 최종 수정 2023.01.1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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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 닭백숙에 막걸리라면, 무명 두루마기에 베잠방이라면 나는야 최고로 좋아라
시골에서 농사짓는 늙은이는 닭백숙과 막걸리라면 좋아라 하지만
맛있는 고급요리를 물어보면 알지 못하고
무명 두루마기에 베잠방이를 말하면 대단히 좋아하나
곤룡포를 물어 보면 알지 못한다.
이는 그 천성이 온전하기 때문에 그 욕심이 맑은 것이니
이야말로 곧 인생의 으뜸가는 (참된) 경지일 것이다.
- 田夫野叟(전부야수) : 시골에서 농사짓는 늙은이. 叟는 ‘늙은이’.
- 黃鷄(황계) : 깃털이 누런 닭. 고기가 매우 맛있다고 함.
- 白酒(백주) : 막걸리.
- 欣然(흔연) : 기뻐하는 모양, 마음에 흡족해 함.
- 鼎食(정식) : 솥에 넣어 찐 맛있는 요리. 귀한 사람이 먹는 요리.
- 縕袍(온포) : 무명 도포. 솜을 넣은 무명 두루마기.
- 短褐(단갈) : 짧은 베잠방이.
- 油然(유연) : 왕성(旺盛)하게 일어나는 모양. 구름이 피어오르는 모양.
- 袞服(곤복) : 임금이나 높은 벼슬아치가 입는 예복(禮服). 곧 관복(官服).
- 其天全(기천전) : 그 타고난 성품을 온전히 지니고 있음.
- 第一個(제일개) : 으뜸가는, 첫째가는, 최고의.
- 境界(경계) : 경지(境地), 어떤 세계.
◈ 이백(李白)의 「남릉서별(南陵敍別)」에
白酒新熟山中歸 (백주신숙산중귀) 막걸리 익을 즈음 내 집으로 돌아오니
黃雞啄黍秋正肥 (황계탁서추정비) 누런 닭 기장을 쪼는데 가을이라 마침 살이 올랐네
呼童烹雞酌白酒 (호동팽계작백주) 아이 불러 닭 삶아 막걸리를 들이키니
兒女嬉笑牽人衣 (아녀희소견인의) 아이들은 기뻐 웃으며 옷자락을 잡아당기네
高歌取醉欲自慰 (고가취취욕자위) 스스로 위안코자 맘껏 취해 소리 높여 노래 부르고
起舞落日爭光輝 (기무락일쟁광휘) 일어나 춤을 추니 지는 해는 (내 얼굴과) 붉은 빛을 다투네
游說萬乘苦不早 (유설만승고불조) 천자에게 유세함이 늦은 것이 괴로울 뿐
著鞭跨馬涉遠道 (저편과마섭원도) 채찍 들고 말에 올라 먼 길을 떠난다네
會稽愚婦輕買臣 (회계우부경매신) 회계 땅의 어리석은 아내는 주매신을 버렸으니
余亦辭家西入秦 (여역사가서입진) 나도 집을 떠나 서쪽 장안으로 가려 하네
仰天大笑出門去 (앙천대소출문거) 하늘을 우러러 크게 웃고 문을 나서 떠나가니
我輩豈是蓬蒿人 (아배기시봉호인) 우리들이 어찌 초야에 묻혀 살 사람이겠는가
南陵敍別 : ‘남릉의 이별에 대하여 서술하다’ 라는 제목이다.
◇ 朱買臣 : 자(字)가 옹자(翁子)이다. 일찍이 그는 집안이 가난하여 땔나무를 해다 팔아 호구(糊口)를 하였는데 나뭇짐을 지고 다니면서도 늘 책을 읽었다고 한다. 그의 아내가 이를 창피하게 여겨 남편을 버리고 친정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 후 주매신이 회계태수(會稽太守)가 되어서 경내(境內)에 들어오다가 옛 아내가 개가(改嫁)한 남편과 함께 길을 닦고 있는 것을 보고는 이들 부부를 뒷수레에 태워 태수의 관사로 데려왔는데 그 처는 부끄럽고 분하여 목매어 죽고 말았다고 한다.
당시 이백 자신도 아내의 푸대접을 받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어느 여자가 이태백 같은 남자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때나 지금이나 여편네들은 그저 남편이 자기 옆에 있는 것이 최고일 것이다. 그래서 ‘여편네’ 는 ‘옆에 있네’ 의 줄임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는 것이다.
※ 이 시는 『李太白集(이태백집)』15권에 실려 있는 바, 제목이 「남릉별아동입경(南陵別兒童入京) - 남릉에서 아이들과 이별하고 장안으로 들어가며」로 되어 있다. 이백(李白)이 강남(江南)의 선주(宣州) 남릉(南陵)에 있는 집에 돌아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다시 천자의 부름을 받아 장안으로 갈 때에 처자와 작별하며 읊은 것이다. 『고문진보(古文眞寶)』에도 실려 있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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