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23) - 요행을 바람이 재앙의 씨앗이고 삶에 집착함이 죽음의 원인임을 …

허섭 승인 2021.11.19 18:01 | 최종 수정 2021.11.21 10:46 의견 0
323 조지겸(趙之謙 1829~1884) 화훼도(花卉圖) 2폭 각 22.4+31.5 상해박물관
조지겸(趙之謙, 1829~1884) - 화훼도(花卉圖)

323 - 요행을 바람이 재앙의 씨앗이고 삶에 집착함이 죽음의 원인임을 …

병든 뒤에 건강이 보배임을 생각하고 
어지러운 일을 맞은 뒤에 평안이 복인 줄 알면 
이는 선견지명(先見之明)이 아니다.

요행을 바람이 재앙의 근본임을 앞서 알고
삶에 집착함이 죽음의 원인임을 앞서 알면 
이야말로 뛰어난 지혜이다. 

  • 遇病(우병) : 병이듦.  遇는 ‘만나다, 마주치다, 맞닥트리다’ 의 뜻이다.
  • 强之爲寶(강지위보) : 건강(健康)이 보배이다. 强은 강건(剛健, 强健)함을 뜻한다. 康은 ‘편안하다’ 의 뜻이다.
  • 平之爲福(평지위복) : 평안함이 복이다.
  • 蚤智(조지) : 빠른 지혜, 즉 선견지명(先見之明).  蚤는 원래 ‘벼룩 조’ 이나 때로 ‘早(일찍 조)’ 와 같은 뜻으로도 쓰인다.
  • 倖福(행복) : 요행(僥倖)을 바람.  僥와 倖 모두 ‘바라다’ 의 뜻.
  • 貪生(탐생) : 삶을 탐냄, 즉 삶에 집착함. 
  • 卓見(탁견) : 뛰어난 식견, 높은 견해.

※ 위의 문장에서 ‘倖福(행복)과 貪生(탐생)’ 은 강조문의 형식으로 일종의 제시어로 문두(文頭)에 배치한 것이다.
말하자면 <先知〔倖福爲禍之本〕 / 先知〔貪生爲死之本〕> 이라고 해야 할 본래 문장을 <倖福, 先知〔其爲禍之本〕/ 貪生, 先知〔其爲死之本〕> 으로 바꾸어 강조문 형식으로 만든 것이다. 물론 ‘대명사 其’ 는 앞에 제시한 ‘倖福/貪生’ 을 각기 가리킨다.
이로써 알 수 있으니 우리가 흔히 역접의 접속사로 알고 있는 ‘어조사 而’ 는 여기서는 앞의 말을 명사 또는 명사구로 만들어 주는 문법적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제시어를 앞에 내세우는 강조문 형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323 조지겸(趙之謙 1829~1884) 국화박고도(菊花博古圖) 97.6+47.2
조지겸(趙之謙, 1829~1884) - 국화박고도(菊花博古圖)

◈ 『전국책(戰國策)』조책(趙策)에

愚者闇於成事(우자암어성사) 智者明於未萌(지자맹어미맹) - 어리석은 사람은 이미 이루어진 일에 대해서도 어둡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아직 싹트기 전의 일에도 밝다.

* 『사기(史記)』 조세가(趙世家)에는 이 문장이 다시 이렇게 나온다.

愚者闇成事(우자암성사) 智者覩未形(지자도미형) - 어리석은 사람은 이미 일어난 일에도 어둡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도 본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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