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41) - 만물을 만물에 능히 맡길 수 있고 천하를 천하에 돌려줄 수 있다면 …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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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7 14:18 | 최종 수정 2021.12.0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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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 - 만물을 만물에 능히 맡길 수 있고 천하를 천하에 돌려줄 수 있다면 …
자기 한 몸에 대하여 한 몸을 다 깨달은 사람은
바야흐로 만물을 능히 만물에 맡길 수 있고
천하를 천하에 돌려주는 사람은
바야흐로 속세에 살면서도 능히 속세를 벗어날 수 있다.
- 就(취) : ~에 대하여.
- 了(료) : 환히 깨닫다.
- 方(방) : 바야흐로, 마침내.
- 付(부) : 붙이다, 맡기다, 부여(附與)하다. 付는 ‘附(붙일 부)’ 와 같은 뜻으로 쓰인 것이다.
- 以萬物 付萬物(이만물 부만물) : 만물을 만물에 부여함. 즉 ‘만물을 자기 소유로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맡겨둔다’ 는 뜻이다.
- 還天下於天下(환천하어천하) : 천하를 천하에 돌리다. 즉 ‘세상일에 굳이 나서서 간섭하지 않고 인연(因緣)대로, 섭리(攝理)대로 되어가도록 내버려 둔다’ 는 의미이다. 말하자면 ‘적극적인 방관(傍觀)’ 이라 말할 수 있겠다.
- 出世間於世間(출세간어세간) : 속세(俗世)에 살면서 속세를 벗어남. 즉 몸은 고해(苦海)인 속세에 있지만, 마음은 속세를 벗어나 깨달음의 세계에 사는 것을 말함.
* 불교에서 말하는 재가승(在家僧)을 말하며 그 대표격인 상징적 인물은 유마거사(維摩居士)가 될 것이다. 도가에서 말하는 진인(眞人-참사람)은 모두가 세상 속에 있으면서 세상을 벗어난 자들이다. 자신을 자연(自然-스스로 그러함)에 맡겨 세상 속에 있으되 세상을 벗어나 자기 자신을 전우주적 존재로 격상(格上)시킨 사람들이다.
▶악비(岳飛 明 1103~1142) 장군의 휘호(揮毫)
還我河山(환아하산) - 저 산하(山河)를 나에게 돌려다오
제갈공명과 더불어 충신의 대명사가 된 송나라의 장군 악비, 그 악비 장군의 탁본 글씨를 본 적이 있다. 이른바 <盡忠報國(진충보국)> 과 <還我河山(환하하산)> 이다. ‘진충보국’은 다할 진(盡) 자만 초서로 썼으나 ‘환아하산’은 모두 초서로 되어 있다. 오랑캐(금나라)에게 빼앗긴 조국의 강산을 다시 되찾겠다는 그의 충정이 담긴 글씨이다.
물론 이 장의 주제와는 다소 어긋나지만, ‘만물을 만물에게 맡기고, 천하를 천하에게 되돌려 준다’ 는 문장을 접하고 떠오른 생각이 악비 장군의 이 글씨와 최근 덕수궁 현대미술관 분관에서 본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 선생의 <환아강산(還我江山)> 이라는 글씨이다. 혹여 이 글씨가 일제강점기에 쓰여진 것인가 하여 확인한 바, 아니나 다를까 그 글씨는 6.25 전쟁으로 조국의 산하가 잿더미가 된 직후에 쓰신 것이었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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