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道无知)의 채근담 읽기 (343) -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고 맑은 채로 고요히 앉아 있으면 …
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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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8 17:29 | 최종 수정 2021.12.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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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고 맑은 채로 고요히 앉아 있으면 …
사람의 마음은 흔히 흔들릴 때에 본성을 잃게 되니
만약 한 생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채로 맑고 고요히 앉아 있으면
구름이 일면 한가로이 함께 떠가고, 빗방울 떨어지면 서늘하니 함께 맑아지며
새가 지저귀면 흔연히 즐거워하고, 꽃이 떨어지면 완연히 깨달을 것이니
어느 곳인들 참된 경지가 아니며 어느 것인들 참된 모습이 아니리오.
- 多(다) : 흔히.
- 從(종) : ~에 따라, ~로 말미암아.
- 動處(동처) : 움직이고 있을 때, 동요(動搖)하고 있을 때.
- 失眞(실진) : 본성(本性)을 잃음.
- 澄然(징연) : 몹시 맑은 모양.
- 悠然(유연) : 한가한 모양.
- 共逝(공서) : 함께 가다.
- 冷然(냉연) : 냉정한 모양. 여기서는 ‘서늘하다’ 에 해당함.
- 欣然(흔연) : 기쁜 모양, 흔쾌(欣快)한 모양.
- 有會(유회) : 마음에 맞다. 회심(會心), 회득(會得).
- 瀟然(소연) : 산뜻하고 깨끗한 모양.
- 自得(자득) : 깨닫다. 즉 ‘마음에 느끼는 바, 감동(感動)이 있다’ 는 의미이다.
- 眞境(진경) : 참된 경지, 진리의 세계.
- 眞機(진기) : 참된 작용, 오묘한 현상.
◈ 『예기(禮記)』 악기편(樂記篇)에
人生而靜(인생이정) 天之性也(천지성야), 感於物而動(감어물이동) 性之欲也(성지욕야). 物至知知(물지지지) 然後好惡形焉(연후호오형언), 好惡無節於內(호오무절어내) 知誘於外(지유어외) 不能反躬(불능반궁) 天理滅矣(천리멸의).
- 인간이 나면서 고요한 것은 하늘로부터 받은 본성이지만, 만물에 감응(感應)하여 마음이 움직일 때는 그 본성도 욕망으로 변한다. 외물(外物)에 따라 아는 것을 알게 된 연후에 호오(好惡)가 형체를 드러내니, 호오에 따라 내부에서 절제(節制)를 하지 못하여 외물에 유혹(誘惑)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반성(反省)하지 못하면 천리(天理)가 사라진다.
夫物之感人無窮(부물지감인무궁) 而人之好惡無節(이인지호오무절), 則是物至而人化物也(칙시물지이인화물야). 人化物也者(인화물야자), 滅天理而窮人欲者也(멸천리이궁인욕자야). 於是(어시) 有悖逆詐僞之心(유패역사위지심), 有淫泆作亂之事(유음일작란지사). 是故(시고) 强者脅弱(강자협약), 衆者暴寡(중자포과), 知者詐愚(지자사우), 勇者苦怯(용자고겁), 疾病不養(질병불양), 老幼孤獨不得其所(노유고독부득기소), 此大亂之道也(차대란지도야).
- 무릇 사물(事物)이 사람에게 감응(感應)하는 것은 끝이 없으니, 사람의 호오(好惡)도 절제(節制)를 하지 못한다. 이는 사물이 사람을 사물로 만드는 것과 같다. 사람이 사물로 변하면 천리(天理)가 없어져서 사람의 욕망(慾望)만 남게 된다. 이에 따라 패역(悖逆)과 거짓의 마음만 남아 지나침으로 인한 혼란(混亂)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강자(强者)가 약자(弱者)를 협박(脅迫)하고, 다수(多數)가 소수(小數)에게 횡포(橫暴)를 부리며, 아는 자가 모르는 자를 속이고, 용감(勇敢)한 자가 겁(怯) 많은 자를 괴롭히며, 병(病)이 든 사람을 고치지 않으면 늙은이와 어린이와 고아(孤兒)와 과부(寡婦)는 있을 곳이 없어진다. 이것이 대란(大亂)에 이르는 길이다.
<배움의 공동체 - 학사재(學思齋)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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