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우연 / 권애숙
권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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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5 10:49 | 최종 수정 2019.02.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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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 권애숙
그 물가에 서서 길 밖으로 늘어진 나무는 가슴혹이 너무 불룩해 와락, 당겨 안기도 힘들었다
뜻밖의 만남으로 우리 당황한 순간, 잊고 있었던 한 시절의 옆구리에 구멍을 내며, 아득하게 두근거리며,
너였어? 너였구나.
더 이상 서로를 두드리지도 드러내지도 않은 채 어깨를 웅크리고 돌아서는, 다시 없었던 날처럼 영 모르는 인연이란 듯
하류로 흘러내리던 바람이 잠깐 역류하는 봄날의 천변, 저릿한 발바닥을 숨긴 옛 이름 하나 방향을 틀 때
묵은 회한을 열어젖힌 휘파람 소리 우연의 뒷덜미를 서늘하게 흔들었다
그리움이라는 말은 허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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