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청산에 살으리랏다」 ... 인도 소식 짠짠짠5(명촌리 소식)
포토 에세이 통산 1002호(2020. 6. 13)
이득수
승인
2020.06.12 19:57 | 최종 수정 2020.06.1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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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귀국했건만 쇼윈도의 마네킹처럼 한없이 예쁘지만 손을 잡을 수도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던 두 손녀와 며느리를 격리해제된 이번 화요일에 겨우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기쁨과 걱정이 반반이었던 할아버지, 할머니와 달리 또래 친구 4촌 현서와의 만남이 너무 기뻐 셋이 손을 잡고 폴짝폴짝 뛰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명촌리에 도착하자 누구보다 먼저 맨발로 달려온 6살 우리 마초와의 만남도 아주 격한 상봉이 되었고요.
요새 포토 에세이집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의 출판에 너무 신경을 쓰는 사이에 아이들이 도착하고 또 어제 병원에 보러간 결과도 좀 그렇고 해서 긴장이 풀려 어제 밤 집에 오자마자 뻗어버린 제가 아침에 겨우 몸을 추스르고 내일 내 보낼 포토 에세이 원안을 작성하느라고 낑낑대는데 밖에 나갔던 큰 손녀 가화(8세)가
“할아버지 나도 시를 쓸 거야!”
떼를 쓰는 바람에 자판을 물려주고
나비 / 이가화
나비가 날아간다. 저 멀리 날아갑니다.
가는 길에 꽃 꿀 한입 먹고 다시 날아갑니다.
숲을 지나고, 마을을 지나고, 더 높이 날아갑니다.
가는 길에 나비 친구들 만나서, 같이 갑니다.
‘아이쿠!’ 길 가던 나비는 거미줄에 걸립니다.
거미가 다가와서 ‘어디부터 먹을까? 크크크...’
나비는 빨리 거미줄을 빠져 나가려 하지만,
이미 늦어있었어요.
그런데, ‘푸드득 푸드득’ 독수리가 날아와, 거미를
낚아채 갔어요.
‘휴우, 살았다.’ 그리고, 아까 독수리가 뜯어 놓은
거미줄로, 빠져 나갔어요.
나비는 다시 날아가요 멀리, 저 멀리.
-끝-
아이 옆에서 둘째 우화(7세)와 한참 노는데 제 언니가 나오자
“할아버지, 나도 시를 쓸 거야!”
다시 컴퓨터를 차지하더니 금방 뚝딱뚝딱 한 편을 써냈습니다.
이우화의 시
제목 : 우리 울산 마을^^
나는, 밖에 나간다네.
밖에 나가면, 우리 마초가 짖는다네.
마을을 둘러보면, 참새가 짹짹짹, 거린다네.
옆을 보면 할머니 자동차가 부릉부릉, 거린다네
밤이 됐다네. 이빨을 닦고, 쿨쿨, 잔다네.^^
끝!
이제 마초네 할배의 컴퓨터에는 할아버지와 가화, 우화까지 세 시인의 폴더가 함께 자리하게 된 것입니다.
비가 개어 하늘도 푸르고 새소리도 맑은데 아이들을 환영이나 하듯이 뜨락의 접시꽃과 키 작은 해바라기가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허수아비의 주인공이자 모델인 두 아이와 함께 오랜만에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은 에세이보다는 아이들이 시와 꽃을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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