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호 원장의 생활한방 (12)식체食滯, 기氣가 막힘
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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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8 19:14 | 최종 수정 2018.12.1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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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많을 때나 급하게 식사하거나, 과식하면 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경우는 맛있게 식사를 끝낸 후에 스트레스를 받아 체하기도 한다.
윗배가 아프고 답답하며, 동시에 어깨가 뻐근하거나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어지럽기도 하고 또 식은땀이 나기도 한다. 이러한 체증滯症은 기氣가 막힌 것이다.
기가 막힌 일을 당하면 실제로 기氣가 막히는 체증이 일어난다.
감정적으로 탐탁지 않거나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으면 “비위가 상하다, 비위에 거슬린다.”고 하는데 실제로 소화가 안 되고 비위가 상하게 된다.
리틀 브레인(LITTLE BRAIN)이라 부르기도 하는 소화관의 신경회로망은 뇌에 비하여 절대 작지 않은 대규모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감정이나 스트레스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황제내경'(靈樞 營衛生會 : 人受氣於穀 穀入於胃 以傳與肺 五臟六腑皆以受氣)은 ‘인체는 음식물에서 정기를 받는데 음식물이 위에 들어가면 맑은 곡기가 폐로 전달되어 오장육부는 모두 그 기를 받는다’고 하였다. 인체는 음식물에 의한 곡기와 호흡에 의한 공기가 합해져서 폐를 통해 기를 공급받는다.
체증은 음식물의 곡기가 폐로 가는 길이 막힌 것이다. 소화 과정에서 위장으로 내려가는 음식이 체한 것이 아니다. 그 음식물이 체하여 있다면 위장 내시경에 나타나겠지만, 체한 것은 내시경으로 보이지 않는다. 체증은 음식에 들어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곡기가 폐로 올라가는 길이 막혀서 생겨난다. 폐로 통하는 길이 막혀서 명치, 어깨, 머리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비위가 약하거나 신경을 많이 써서 막힌 것이다.
체하면 인체 경락 중 폐경락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폐경락이 지나가는 통로와 폐경략과 상호 연관성이 깊은 대장경락이 지나가는 통로에서 통증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폐경락이 지나가는 엄지손가락의 끝부분에 있는 소상혈을 바늘로 따면 막힌 기가 뚫려서 체증이 내려간다. 심하게 체하면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바늘로 따서 체증을 치료하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에 정말 놀라움을 느낀다.
소리를 크게 지르면 체증이 내려가기도 한다. '동의보감(聲音:肺爲聲音之門)'은 폐가 소리가 나오는 문이라고 하였다. 소리를 지르면 폐를 자극하여 기氣가 막힌 것이 내려가기도 하는 것이다. 기막힌 일 당하여 스트레스를 받을 때 노래를 실컫 부르면 막힌 기가 뚫려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그리고, 체기가 있어 속이 다소 불편할 때도 기분氣分이 좋아지는 음식을 먹으면 체증이 내려가기도 한다. 기분을 좋게하는 음식이 기의 운행을 잘 되게하여 약한 체증을 치료하는 약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음식을 즐겨 먹고, 양서를 낭독하거나 음악으로 컨디션을 잘 조절하여서 체증을 스스로 치유하는 의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세종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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