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호 원장의 '생활한방' (11)피, 건강의 잣대
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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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5 14:23 | 최종 수정 2018.12.1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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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세계보건기구)는 "건강이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육체적·정신적·사회적 및 영적으로 안녕한 상태를 말한다."고 건강을 정의한다.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인 건강 상태는 피를 통해 드러난다. 현재의 혈액 검사를 통해서 몸과 마음의 모든 상태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맑고 건강한 피를 갖는 것이 건강의 핵심 문제이다.
자녀가 부모의 성격, 말투, 행동을 빼닮은 것을 보면 ‘피는 못 속인다’고 한다. 부모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 상태도 유전된다. 과학자들은 머리카락, 눈동자, 피부색 등 신체적 특징을 전해주는 DNA는 전체 DNA의 2%도 안 되고, 나머지 98%는 비부호화 DNA(Noncoding DNA)로 이는 우리가 물려 받는 다양한 감정, 행동, 성격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비부호화 DNA는 독소, 영양, 감정 상태 등 환경 요인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는 음식과 환경, 사람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부에 영향을 미치고 바로 피에 전달 된다. 감정이 격렬하게 북받쳐 오르는 것을 ‘피가 끓어 오른다’고 한다.
피는 골수에서 만들어지고, 골수는 인체의 가장 소중한 정精(essence)으로 마음이 그대로 반영된다. '황제내경'(소문 음양응상대론)은 '기귀정氣歸精'이라 하여 인체의 기氣가 정을 만들어 낸다고 하였다. 또한, '황제내경'(영추 영위생회)은 “위장에서 음식물을 받아들이면 청탁을 구별하고 진액을 증발시키는 소화흡수 과정을 거치며 음식물을 분해하여, 상부에 있는 인체의 氣를 주관하는 폐맥으로 보낸 다음 혈액을 생성한다.”고 한다. 결국 인체의 기氣가 피를 생성하는데, 욕망이 차면 숨결이 가빠지듯이 인체의 기氣는 마음을 반영한다.
건강의 잣대인 맑고 건강한 피를 가지기 위해서는 첫째로 마음이 안정되어야 한다. 세상과 사회 그리고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깨달음이 건강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건강한 피를 가지게 한다.
둘째는 호흡을 잘해야 한다. 호흡을 통해 기氣를 조절할 수 있다. 맑은 공기도 필요하지만 숨을 고르게 쉬어야 한다. 마음 상태에 따라 숨결이 달라진다. 욕심이 생기면 숨이 가빠진다. 여기서 피가 탁해지고 여러가지 병이 일어나는 것이다. 호흡으로 감정을 절제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셋째는 나에게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맞는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병이 있어도 병세가 한결 누그러지는 느낌을 받는다. 질병은 내부적인 요인이든 외부적인 원인이든 장부의 균형이 깨지면서 생겨난다.
음식이 깨진 균형을 조화시켜 주고 건강한 피를 유지시켜 준다. 그래서 식약동원食藥同源(음식과 약은 근원이 같다)이라 한다. 음식이 곧 약이라는 말이다.
호흡을 고르게 하고 기분 좋은 음식을 먹어 건강하고 맑은 피를 지녀서 우리 세상살이가 행복하기를 기대해 본다.
<세종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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