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129)아름다웠던 생명체의 시체 조각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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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8 23:18 | 최종 수정 2020.05.2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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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 9. 아름다웠던 생명체의 시체 조각
내 눈이 삔 걸까?
옛날 같으면 장작감은 못되도 불쏘시개 감은 되겠건만 요즘은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하찮은 잔해(殘骸)다.
하지만 나는 이 나뭇가지에서 선명한 미감을 느꼈다.
저 나뭇가지는 생명체였던 식물의 죽은(屍) 몸(體)인 시체 조각이다.
만일 동물의 시체 조각이 저리 있었다면 혐오스러웠겠지만 식물일 경우에는 다르다.
숲에 들어가면 온갖 식물들의 시체조각들이 넘실댈 텐데 오히려 향기가 난다.
쓰고난 물건들의 잔해인 플라스틱 조각들은 쓰레기가 되지만 식물의 잔해는 자연스럽게 바람속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내 눈에 아름답게 띈 저 나뭇가지를 기어코 내 방에 가져왔다.
벽에 기대어 놓으니 더욱 존재감이 넘친다.
뭔가 예술적으로 기획창의하여 저 근사한 자태에 어울리는 예술작품이라도 만들 계획이다.
제 멋에 산다는데 그 미감을 나만 알아 주더라도 괜찮겠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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