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143)인간과 너무 가까이 살아온 업보

박기철 승인 2020.06.11 16:11 | 최종 수정 2020.06.11 16:19 의견 0
다리 하나로 살아가는 분당 비둘기
다리 하나로 살아가는 분당 비둘기

다섯 – 23. 인간과 너무 가까이 살아온 업보

성경 창세기에도 나오는 비둘기다.
섬유유연제 피전(Pigeon)이나 비누 도브(Dove)로도 불리는 비둘기다.
1960년대 월남전에 파병한 대한한국 육군부대의 이름이기도 했다.
그만큼 인간에게 사랑받는 새였다.
평화의 상징이었다.
빛나는 닭인 빛닭이가 비둘기로 되었다는데 요즘은 닭둘기로 천대받고 산다.
시인 김광섭(1905~1977)은 일찍이 1969년에 발표한 ‘성북동 비둘기’란 시에서 비둘기의 운명을 명료하게 예측한 바 있다.

시의 마지막 구절은 이러하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시인의 예지력이 대단하다.
그동안 비둘기가 인간과 너무나 가까이 살았다.
그 업보다.
아무래도 비둘기는 앞으로 기획창의하는 인간인 Homo planningandcreative와 되도록 멀리 떨어져 살아야 더 흉한 꼴 안 볼 듯하다.
비둘기(鳩)가 구구구구 구슬피 운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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