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145)식물들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역습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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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3 20:38 | 최종 수정 2020.06.1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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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 25. 식물들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역습
길 중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은 숲길이다.
나무로 빽빽한 밀림(jungle)이 아니더라도 웬만큼 나무로 우거진 숲(forest)에선 늘 좋은 냄새가 난다.
도대체 그 향기의 근원은 무얼까?
식물들은 해충 곰팡이 박테리아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휘발성 살균물질을 내뿜는단다.
요상한 건 그 살균물질이 왜 인간한테는 좋은 냄새가 나고 인간 몸에도 좋을까?
인간이 벌레들보다 착해서 식물이 인간한테 은혜를 베풀려는 걸까?
아니면 드센 인간한테 잘 보여야 그나마 베어지지 않고 살 수 있기에 그러는 걸까?
식물들의 속셈을 알 수 없겠으나 아무래도 후자 같다.
나는 덕분에 향기로운 숲길을 걸으며 피톤치드를 마시며 부족해진 기획창의력도 채운다.
그런데 인간이 식물들에게 도를 넘어 너무 못되게 굴면?
식물들은 막다른 길에서 역습할 것 같다.
향기가 아니라 악취, 살균물질이 아니라 살인물질을 내뿜을 수도 있겠다.
걷기 좋은 향기로운 숲길에서 별 쓸데없는 잡생각을 괜히 했길 바란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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