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140)안 쓰던 글자와 안 쓰던 생각들

박기철 승인 2020.06.08 17:31 | 최종 수정 2020.06.08 17:40 의견 0
쉽지만 어려운 한자
쉽지만 어려운 한자

다섯 – 20. 안 쓰던 글자와 안 쓰던 생각들

한 일(一) 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丨은 무슨 한자일까?
이 한자를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나도 오늘에야 알았다.
곤이라고 읽는단다.
뚫다 세우다 통하다는 뜻이란다.
바늘 모양을 그린 상형(象形) 한자일까?
뚫는 걸 손으로 가리키는 지사(指事) 한자일까?
사전에는 지사라는데 상형으로 여겨도 무방하다.

아무튼 우리는 丨라는 한자를 여태 본 적이 없다.
하나의 한자로서 쓰이지 않고 중(中) 곶(串) 신(申) 등의 한자에 부분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丨처럼 위에서 아래로 획을 긋는 별(丿) 불(乀) 이(乁) 궐(亅)과 같은 한자들도 마찬가지다.
한 획만 쉽게 그으면 되지만 안 쓰면 어려워진다.
많이 쓰면 익숙해지지만 쓰지 않으면 어색해진다.
기획창의란 어색한 것을 익숙하게 바꾸려는 일이다.

박기철 교수

요가가 안 쓰는 근육을 쓰게 하는 운동이라는데 기획창의는 안 쓰던 생각 요소들을 쓰도록 하는 생각의 요가를 통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안 쓰던 글자들도 가끔 쓰면 어떨까?
관철(貫徹)을 관곤(貫丨), 발기(發起)를 발곤(發丨), 소통(疏通)을 소곤(疏丨)이라고 써볼까나?
너무 억지스럽다.
아서라!
그냥 해본 소리다.
괜히 쓸데없이 재미삼아….
하지만 생각의 요가는 된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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