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153)비닐봉지에 갇힌 동물을 구출해 주며 남는 마음

박기철 승인 2020.06.21 11:09 | 최종 수정 2020.06.22 16:28 의견 0
나 덕분에 자유를 얻은 녀석
나 덕분에 자유를 얻은 녀석

여섯 – 2. 녀석을 구출해 주며 남는 마음

평소 하던 대로 쓰레기를 주우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큰 비닐 봉지가 눈에 띄었다.
주워 담으려니 뭔가 안에서 꿈틀대었다.
웬 동물이다.
굵은 꼬리를 보니 쥐는 아니고 족제비 다람쥐 청설모도 아니고 담비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녀석이 봉지 안에 먹을 게 있나 들어갔다 봉지가 접혀 어찌 나오지 못하고 오래 갇혔던 것같았다.
꺼내주니 기진맥진한 듯했다.
날쌘 놈이었을 텐데 겨우 기어가고 있었다.
다행이 힘은 남았는지 얼굴 사진을 찍으려니 금새 사라졌다.

어디서 일단 물이라도 마시며 기운 차리길 바란다.
앞으론 못된 인간이 함부로 버린 비닐봉지 안에 절대 기어 들어가지 말거라!
혹시 구해준 은혜를 갚는다며 <알라딘>에 등장하는 ‘지니’처럼 소원을 말하라며 ‘짠’하고 나타날까?
소원이야 많지만 이 책쓰기와 관련해선 기획창의 기운이 늘 넘치도록 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저 녀석이 힘없이 사라졌던 마지막 뒷 모습이 떠오르면 가련하고 측은하고 가엽고 안쓰럽고 마음이 영 편치 않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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