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151)마루와 나 사이 분별이 없던 순간

박기철 승인 2020.06.20 01:00 | 최종 수정 2020.06.20 01:10 의견 0
산에서 만난 친구 수컷 백구
산에서 만난 친구 수컷 백구 마루

다섯 – 31. 마루 나 사이 분별이 없던 순간

마루를 또 만났다.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마루! 잘있었어!”
몇번 만났더니 마루도 이제 인사 좀 한다.
사람 인간의 인성(人性)처럼 백구 견공인 마루한테도 구성(狗性)이나 견성(犬性)이 있을까?
이와 관련된 전설적 이야기가 있다.

중국 당나라 때 살았던 조주선사에게 제자가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화두선(話頭禪) 대가인 조주선사(778~897)는 한마디로 답했다.
없다(無)!
이게 뭔 뻔한 말인가?

박기철 교수

하지만 그 해석은 영 복잡하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한테만 부처가 될 잠재적 가능성인 불성이 있으며 인간을 제외한 동물에게는 그런 게 있을 수 없다는 단순한 뜻이 아니다.
이 선문답에 관해 여러 가지 알쏭달쏭한 해석들이 많다.
아직 심오하며 오묘한 선불교에 관해 많이 부족한 내가 가만히 기획창의하여 해석하자면 이렇다.
사람과 개를 구별하는 인간의 얄팍한 분별력(分別力)을 내던져 버리라는 뜻이 아닐까?
오히려 알량한 구별을 없애고 불별력(不別力)을 지니라는 뜻이 아닐까?
마루가 지척에서 내 팔뚝을 핥으며 제법 친근한 표정을 지을 때 내 마음이 딱 그랬다.
같은 생명체로서 나와 마루 사이 분별이 없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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