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이별 편지 / 신승호
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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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7 17:29 | 최종 수정 2021.02.1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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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편지 / 신승호
이른 봄비가 사연을 쓴다
차가운 바람이 가지에 맺혀 있던
서운했던 사연들을 헤아리고 있다
아마 그녀의 편지 일 거다
가을에 붙인 편지 하나가
도로 위에 떨어졌다
떠난다는 그녀의 입술에
붉은 립스틱을 진하게 칠 한 걸 보니
그녀의 진심을 꼭꼭 눌러 쓴
손 편지가 일 것이다
날지 못한 날개에 아파했던 이야기
진한 커피가 차갑도록 홀로 지내 시간의 독백 그립다고 하려다가
만 달빛의 푸른 까닭과 솔가지
부러뜨리고 떠나간 바람난 그 사람
이름까지 쓰다가 눈물 한 방울
떨어진 편지에 바스락거리는 소음이
아직 남아 있는데 울컥했는지
촉촉하게 젖어 있다
아프다고 안아 달라던 웃음이
슬퍼 보이는 말간 눈동자에
그 사랑 향기가 풀풀 배어 나온다
쓰러질 것 같은 가녀린 영혼을 어루만지는 그녀를 닮았다
푸른 바다를 동경하는 푸른
가슴에 가을 억새와 바람이
묻어 있는 글자가 젖은 도로 위에
척 붙어서 발길을 잡는다
왜 이제 알았냐고?
내게 묻는 눈물이 가지에서
뚝 떨어졌다
차가웠다
◇신승호 시인은
▷2017년 한맥문학 등단(시 부문)
▷2018년 서울문학 등단(수필 부문)
▷2020년 한양문학 대상 수상
▷시집 《늦바람 앞에서》, 《그리운 걸 어쩌랴》
▷공저 《사랑, 그 이름으로 아름다웠다》, 《청록빛 사랑 속으로》, 《아리아 자작나무숲시가 흐른다》 등
▷한국문인협회, 샘터문인협회, 한양문학, 한맥문인협회, 한맥문학 동인회, 서울문학 회원
▷POSCO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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