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김도훈의 '나를 찾는 산티아고 순례' (55) -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유럽 & 산티아고 순례 마지막 이야기
스페인(마드리드) – 대한민국(서울)(2020. 03. 15)

김도훈 기자 승인 2021.12.08 18:03 | 최종 수정 2021.12.11 17:30 의견 0
썰렁한 솔 광장

유럽에서 맞는 마지막 아침! 호텔에서 일어나 공항 가기 전 마지막으로 푸에르타 델 솔(Puerta del Sol) 광장(마드리드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곳으로 '태양의 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을 둘러보았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광장엔 경찰관들이 서 있을 뿐 다른 인적이 드물어 대단히 썰렁했는데, 마찬가지로 썰렁한 지하철을 타고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목적지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한국인들도 많이 보였는데, 혼란 속에서 빠르게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모습이 흡사 전쟁통의 피난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속에서 필자도 부랴부랴 탑승 수속을 모두 마쳤는데 문득 곧 떠나는 마드리드에서의 지난 이틀을 떠올려봤을 때, 기억에 남는 거라곤 겨우 인적 드문 거리와 썰렁한 지하철 그리고 여기 마드리드 국제공항 말고는 없다는 사실이 상당히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꿈보다 해몽이라고 스페인은 훗날 코로나가 종식되면 그때 제대로 한번 놀러 오라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비행기 이륙을 기다렸다.

이륙한 지 3시간이 지난 시점, 해가 저물어가는 지구

기다리며 지난 두 달 동안의 여정도 한 번 통틀어 돌이켜보았는데, 이번 여행의 테마는 가히 ‘시련의 수미상관’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나를 찾는 여행 초반 정말 학수고대하던 리버풀 vs 맨유 경기를 티켓 문제로 안필드에 입장하지 못하고 경기장 근처 펍에서 봐야 했던 너무나 가슴 아프고 허망했던 사건에 이어 런던으로 돌아갈 때 겪은 교통체증과 스트레스, 또 그로 인한 나비효과로 타워브릿지 앞에서 백팩 소매치기를 당하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래도 초반 액땜(?) 이후 아일랜드 포르투갈 파리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순조롭게 흘러가 이제 다사다난한 일은 끝이 나고 좋은 일이 가득할 줄 알았건만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순례길 이후 여행의 막바지에 다시금 아니 오히려 처음보다 더 큰 혼란과 시련에 직면하고야 말았다. 이로 인해 여러 관광지는 물론 리버풀 경기에 이어 라리가 경기도 못 보게 되었고, 필자가 스페인에서 가장 기대하던 공연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음악당에서 펼쳐지는 피아니스트 랑랑의 피아노 리사이틀도 끝내 물 건너갔다. 심지어 바르셀로나는 가보지도 못한 채 마드리드에서 급히 귀국을 앞두고 있는데, 처음과 끝이 좋았으면 참 좋으련만 끝까지 혼돈과 시련을 겪는 중이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아프리카 대륙 어느 도시

정말 마지막까지 다사다난한 일이 펼쳐지는 중인데 다만 이 와중에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온전히 걸으며 완주한 덕분일까?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결 성장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 있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몇 년 전의 필자에게 갑자기 닥쳤으면 정신 못 차리고 그냥 주저앉았을 거 같은데 지금은 예전과 달리 성장하여 엄청 불안한 와중에도 버티는 힘이 생긴듯하다. 모든 게 다 배움이라고 시련이 고통을 주기도 했지만 이를 통해 또 성장하는 게 있다는 믿음과 함께 마드리드를 떠날 수 있었다. Good Bye Madrid~! Good Bye Europe~!

두바이 국제공항에 착륙하는 비행기 날개 끝 쪽에 버즈칼리파가 보인다!

이후 경유지인 두바이 국제공항에 들러 계획에 없던 두바이의 랜드마크 버즈 칼리파를 직접 눈으로 보기도 하고 생전 처음 중동의 후끈한 공기도 맡아볼 수 있었는데, 또다시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을 간 끝에 마침내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지난 1월 16일 인천공항을 떠난 지 딱 두 달만인 3월 16일 오후 5시 다시 한국 땅을 밟게 되었는데, 정겨운 고향의 공기가 정말 반가웠다. 이렇게 필자의 참으로 길고도 다사다난했던 유럽 & 순례길도 모두 끝이 나게 되었는데

♪돌아보면 너무나 아름다웠어. 내 인생에 다신 못 올 순간들이었어. 너를 보면 보고 있으면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곤 했어. 행복했어. 영원히 잊지 못할 만큼 사랑했어. 너를 보낼 수 없을 만큼 하지만 그만큼이 내 몫이 아니기에 내 것이 아님을 알기에♪

♫보내야 해 보내야 해 여기서 만족해야 해. 몇 번이고 다짐을 해봐도 수없이 계속 내 자신을 타일러봐도 왼쪽 가슴 한구석이 너무 아파 와 계속 눈에선 눈물이 흘러내려 와 지나간 추억들이 자꾸 돌아와 도대체 왜 이럴까 Why, Why.♫ <GOD -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55-4) 휴~ 드디어 인천공항에 도착하다!
휴~ 드디어 인천공항에 도착하다!

Epilogue 
시간은 빠르게 흘러 기운/아우라 바꾸기와 극복이란 두 가지 목표로 걸었던 순례길, 그리고 자아를 찾아서 유럽을 다녀온 지도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간다. 그렇다면 지금 필자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아쉽게도 가장 근원적인 목표였던 자아를 찾는 문제는 여전히 오리무중 상태이다. 아마도 이건 평생을 살면서 고민하고 찾아 나가야 하는 숙제인 것 같다. 따라서 미래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자부할 수 있는 것은 나름의 자기 주관이랄까 확신이 생겼다고 할까? 확연히 예전보다 주변에 의해 크게 불안해지거나 흔들리는 게 덜해졌다는 점이다. 비록 주변 친구들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더라도 여행&순례길 전후의 인상이 달라지고 좋아졌듯이 스스로는 삶의 여유와 함께 상당한 변화를 느끼게 되는데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 가장 필수적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기 긍정과 자기 확신을 얻고 키울 수 있었던 점. 이것이 지금 시점에서 필자가 정의 내린 이번 나를 찾는 유럽&산티아고 순례를 통해 얻어 낸 최고의 성과이자 결과라 할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역인 산티아고 대성당 앞 광장에서 순례 동반자 형, 누나와 함께. 귀국길에 오르며 새삼 떠오르는 장면이다.

PS. 우선 무엇보다 이 기행문을 쓸 기회를 제공해주시고 글 쓰는 내내 검토 및 많은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신 조송현 대표님께 정말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또한 작년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유럽 여행과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데 이어 올해 3월부터 12월까지, 지난 9개월 동안 어찌 보면 실제 여행하고 순례길을 걷는 것보다 훨씬 힘들었던 기행문 여정을 끝까지 완주해낸 필자 본인에게 정말 고생했고 대견하다는 덕담을 해주고 싶고 끝으로 끊임없는 댓글 동원령, 강제 댓글 알바(?)에도 불구 1화부터 55화까지 여러 차례 댓글을 남겨주고 함께 해주어 필자가 기행문을 완결짓는 데 있어 큰 힘이 되어주신 친구, 지인, 독자 선생님 여러분에게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다들 복 받으실 거예요~ -끝-

<글, 사진 = 김도훈 기자 eoeksgksep1@injurytime.kr>

<인문학당 달리 청년연구원, 본지 편집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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