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린 데다 계절의 여왕인 5월이 되자 주말이 되면 친지들의 딸 아들 결혼식이 제법 많다. 예전만큼 일일이 참석하진 못해도 마음을 전하고 새 출발하는 신랑신부의 앞날을 축하한다.
요즘엔 딱히 결혼시즌이라 할 것도 없고, 또한 결혼식장에도 예전같이 주례가 반드시 있는 것도 아니고, 신랑신부가 각자 결혼생활을 위한 사랑의 다짐을 주고 받는다. 그래도 결혼식장에 가면 주례사가 있으면 빠트리지 않고 듣는 편이다. 주례사를 듣다보면 나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게 된다. 주례사 자체가 나의 삶에 도움 되는 덕담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주례사를 듣다보면 신랑신부에게 ‘원앙처럼 금슬 좋은 부부가 되라’는 주문을 빼놓지 않는 경우가 있다. 원앙을 수놓은 이불과 베개를 말하는 ‘원앙금침’이란 것도 있듯이 부부 금슬의 상징인 원앙. 늘 함께 붙어있고 사이좋게 보이는 원앙이지만 실은 이들의 생태를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이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 새 백가지(이우신, 1994)』를 보면 원앙은 매년 월동지에서 자기 짝을 결정해 부부가 된다는 것이다. 암컷 주위에는 열 마리 안팎의 수컷이 몰려들어 암컷에게 잘 보이려고 장식깃인 관우를 펼치며 열심히 구애를 하면 암컷은 마음에 드는 수컷 한 마리를 고른다. 원앙은 ‘체인징 파트너’가 기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따라서 “원앙처럼 살라”고 좋은 뜻에서 한 말이 원앙의 생태를 안다면 자칫 “바람을 피라”는 말도 되는 셈이다. 따라서 주례 입장에선 가능하면 원앙부부 발언은 삼가야 할 것 같다. 실제로 한 둥지에 태어난 원앙 새끼들의 유전자를 분석해 보니 상당수가 아비가 달랐다고 한다.
새들은 대체로 암컷에 비해 수컷이 깃털이나 외모가 더 화려하다. 이유는 물론 암컷의 눈을 끌기 위한 것이다. 원앙은 암수의 깃털이 워낙 차이가 나서 옛날 중국에서는 수컷을 원(鴛), 암컷을 앙(鴦)으로 다른 새인 줄 알고 따로 이름을 붙였는데 나중에 같은 종임을 알고 난 뒤 원과 앙을 합쳐 원앙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동물 진화의 입장에서 수컷이 화려하고 암컷이 수수한 모습을 띠는 것을 ‘자웅도태’라고 하는데 암컷이 종족 번식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알 낳기 외에는 대부분 수컷이 암컷과 협력해 새끼를 키우는 것이 기본이다.
새들에 따라 구애 모습도 다양하다. 원앙이나 공작처럼 한껏 멋을 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청둥오리는 사랑하는 암컷에게 물방울을 튕기고, 참매는 마음에 드는 암컷에게 집짓기용 나뭇가지를 선물하고, 뿔논병아리는 물풀을 암컷에게 선물한다고 한다.
새들의 짝짓기 패턴은 일부일처가 일반적인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것은 일부다처이지만 도요새 가운데는 일처다부인 경우도 있고, 잉꼬나 두루미류는 한쪽이 죽으면 실의에 찬 나머지 남은 짝도 죽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잉꼬부부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잉꼬란 앵무새의 일본말이다. 다정하고 금슬이 좋은 부부를 잉꼬에 비유하여 이르는데 대부분의 잉꼬는 나무에 둥지를 틀고 일부일처로 짝을 짓는다. 뉴기니아섬에 사는 큰유황앵무는 나무 구멍에 둥지를 짓고 한 쌍이 오랫동안 함께 산다. 일반인에게 친숙한 앵무새인 사랑앵무의 깃털은 녹색, 파랑, 노랑 등으로 깃털색 색채가 풍부하다. 앵무새는 훈련을 하면 사람 목소리를 따라 ‘안녕하세요’나 짧은 노래도 할 수 있다. 사랑앵무의 수명은 5~10년 정도이고, 왕관앵무의 경우 20년 정도인데 80년까지 산 앵무새도 있다고 한다. 앵무새는 혀가 사람의 혀와 비슷하여 사람의 목소리 흉내를 잘 내는데 그 중 회색앵무가 가장 잘 흉내낸다고 한다. 당연히 앵무새는 다른 새보다 지능이 높다. 앵무새는 앵무새끼리 소리를 통해 서로 소통을 한다. 그리고 반려동물로 집안에 들이면 주인과도 소통하고 싶어하는 사랑스런 동물이다.
그러면 평등부부로 치면 어떤 새를 들 수 있을까.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최재천, 2001)』에서는 ‘갈매기 부부’를 든다. 갈매기부부는 번식기가 되면 어김없이 같은 장소로 날아와 자기 짝을 찾는다. 거의 완벽하게 하루 12시간씩 둥지에서 서로 알을 품고 나머지 시간은 함께 물고기 잡이에 나서는 등 평등부부의 전형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장미꽃 넝쿨 우거진 그런 집을 지어요’라는 노래 ‘비둘기집’ 가사처럼 비둘기는 사랑스런 가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비둘기는 우리나라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로 강력한 번식력과 빠른 성장 능력을 갖고 있다. 집비둘기는 1년에 1~2회, 매번 두 개의 알을 낳는데 환경이 좋으면 1년에 4~6번 알을 낳기도 한다. 갓 태어난 새끼가 34~36시간 만에 몸무게를 두 배로 늘리고, 4~6주가 지나면 거의 다 자라 독립을 한다. 어미새는 콩이나 기타 식물질을 비둘기젖 형태로 토해내는 ‘피존 밀크’라는 특별식을 새끼에게 공급한다. 피존 밀크는 암수 모두로부터 공급받는 젤 형태로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고 각종 면역성분이 함유된 농축 영양덩어리여서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그런데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가 요즘엔 환경부가 ‘유해조류’로 규정하고 있다. 비둘기의 배설물로 인한 피해와 불쾌감에 기인한 것이다.
원앙이든 잉꼬든 비둘기든 새는 새일 뿐이다. 다만 이들 새를 통해 겉모습을 더 중시하는듯한 우리사회의 잘못된 결혼 풍속도를 한번쯤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을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되자’는 의미로 2007년부터 국가지정 기념일이 됐다고 한다. 이날은 ‘어린이날’ ‘어버이날’과 달리 부부끼리 서로 마음의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격려하는 날이 되면 좋겠다. 부부라고 무조건 일심동체를 강조하기 보다는 ‘따로 또 같이’하는 부부가 되길 소망한다.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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