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주도에서 강아지의 코와 입만 밖으로 내놓은 채 땅에 묻은 ‘생매장’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고양이 수십 마리를 잔인하게 학대하고 살해하고서 사진과 영상을 SNS로 공유한 사건도 충격적이다. 고양이 학대범은 자신의 주거지와 편의점 창고 등에서 길고양이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등 학대해 죽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동물학대 사례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발생한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992건으로 1014명이 검거됐다. 2010년 69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새 14배나 증가한 것이다(매일신문, 2022년 4월 21일).
만일 이러한 인간의 동물학대 행위를 동물집단이 인지한다면, 그 행위자에 대해 동물들이 ‘보복응징’을 한다고 한번쯤 상상해보면 어떨까?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
인도 동북부 아삼주 테즈푸르에서 100여 마리의 붉은원숭이떼가 교통을 마비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새끼 원숭이 한 마리가 차에 치인 뒤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새끼 원숭이는 뒷다리가 으깨져서 움직이지 못하고 길에 누워 있었는데, 원숭이떼가 새끼 원숭이 주변을 둘러싸고 모든 교통을 막아버렸다는 것이다. 인도 정부 관리는 원숭이들이 화가 나 있다고 보고했다. 이 광경을 본 인근의 가게 주인은 “매우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일부 원숭이들은 다친 원숭이의 다리를 주무른 다음 한참이 지나서야 다친 새끼원숭이를 데리고 떠났다”고 말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에 사는 원숭이 종류의 하나인 비비들이 무리 중의 비비 한 마리를 죽인 운전사에게 복수하기 위해 도로 한쪽 편에서 사흘 동안 누워서 기다리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한다. 사흘을 기다린 끝에 그 운전사가 그들 곁을 지나가자 비비 한 마리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고, 비비들은 그 운전사를 공격했다. 화가 난 비비들은 차에 돌을 던져 앞 유리창을 박살내버렸다.
이 이야기는 둘 다 마크 베코프(Mark Bekoff)가 지은 『동물에게 귀 기울이기』(2004)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마크 베코프는 미국 콜로라도대 생물학 교수로 저명한 동물행동학자이다. 이 책은 동물도 감정이 있고 그에 따라 집단행동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베코프 교수는 철저한 비건이며 자신이 안 먹는 것은 반려견도 안 먹인다는 생각으로 반려견도 비건으로 키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바이블’로 불릴 정도로 해외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베코프는 이밖에도 침팬지는 약초를 이용하여 스스로 치료하며, 코끼리는 분명히 동료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사실을 소개했다. 그는 동물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우리 인간이 보다 겸손해지고 모든 동물을 존중하고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기를 역설한다.
실제로 붉은원숭이는 실험동물로 널리 이용되는 동물인데 1960년 ‘리틀조 1B 로켓’에 실린 ‘미스 샘’이라고 이름 붙여진 붉은원숭이가 최초로 우주비행을 한 영장류이며, 그 뒤에도 여러 번 붉은원숭이가 우주를 다녀왔다. 그리고 붉은원숭이는 공감능력이 대단한 걸로 나타났다. 방을 유리로 구분하고 각각 1마리씩 붉은원숭이를 넣고, 한쪽에 식사가 나오지만 다른 쪽 붉은원숭이에 전기충격이 흐르는 레버를 설치한 실험에서 거의 모든 붉은원숭이가 곧바로 레버에 손대지 않고 절식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희귀 혈액형인 ‘Rh-형’의 ‘Rh’가 바로 붉은원숭이의 영어 이름(Rhesus Macaque)에서 유래했다( https://ja.wikipedia.org)는 사실이다.
더욱이 인간과 가까운 원숭이는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생물학자이자 과학저널리스트인 스티븐 하트(Stephen Hart)가 지은 『동물의 언어』(2006)라는 책을 보면 아프리카산 사바나원숭이는 풀밭 위를 기어가고 있는 뱀을 발견하면 비명을 지르는데 그것은 사람이 무서운 것을 보았을 때 지르는 비명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뱀이나 표범 그리고 독수리가 나타났을 때는 비명이 확실히 달라 숨는 장소도 다르다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자인 리 듀가킨(Lee Dugakin)은 『동물에게도 문화가 있다』(2003)라는 책을 통해 “유전자가 동물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방인자(Imitation Factor)를 통한 문화적 진화와와 상호작용을 거쳐 진화에 관여한다”고 주장한다.
비단 원숭이만 감정이 있고 의사소통을 할까.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해서 함부로 동물을 다루는 사회. 그러나 동물도 그 나름대로 가족이 있고 사회가 있다는 사실을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고대 노예사회 때 로마의 귀족 여성들은 데리고 있던 남성 노예 앞에서는 벌거벗으면서도 전혀 의식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마치 지금의 개와 고양이 앞에서처럼. 당시 노예는 동물이나 다를 바 없었다는 말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반려동물 1000만시대’를 맞아 개나 고양이를 가족같이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반면에 동물학대 또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동물학대 행위를 반대하는 움직임은 오랜 옛날부터 시작됐다. 피타고라스는 ‘인간보다 하등한 생명체를 자비롭게 대하는 것은 인간의 의무’라고 했다. 18세기말 영국의 법학자 제러미 벤담은 “문제는 동물이 이성을 갖고 추론할 수 있는가 또는 말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동물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라는 점”이라며 동물학대 반대 메시지를 냈다. 세계 최초의 동물학대방지법은 1641년 매사추세츠주 법률에 포함됐고, 1824년 세계 최초의 동물복지협회인 ‘동물학대방지협회’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19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했으며 지난 2월 개정 법률에는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를 한 경우 종전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이 강화됐다. 그러나 실제로 강력한 처벌을 받는 사례는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도 동물학대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3월 ‘동물 대상 범죄 벌칙 해설’을 일선 경찰서에 배포했다.
아무튼 동물에 대한 학대와 잔혹한 행위를 하는 자는 폭력에 무감각해지고 사람을 향한 범죄로도 이어질 우려도 높을 것이다. 요즘 시대엔 우리 인간들이 어떤 면에서 앞서 말한 원숭이집단 만큼도 이웃과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이웃과의 정이 메말라서 이웃에 관심이 없다보니 뺑소니 교통사고를 목격하더라도 신고를 하거나 잘 나서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새끼 원숭이 한 마리가 차에 치인 것을 보고 항의할 줄 아는 원숭이들이라는 사실을 알면 우리들의 삶의 모습도 한번쯤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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