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옹(進翁) 시인의 간월산 산책 (16)간월사 가는 길

인저리타임 승인 2020.05.12 16:51 | 최종 수정 2020.05.12 17:05 의견 0
석조여래좌상전 앞의 돌장승 둘과 부도(浮屠) 하나  
간월사 석조여래좌상전 앞의 돌장승 둘과 부도(浮屠) 하나  [사진=이득수]

문헌에는 간월사는 간월산 동남측 북쪽 기슭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좀 쉽게 설명하면 우선 안간월과 등억온천단지의 접점이 되는 간월교를 건너야 합니다. 거기서 좌측은 작천정 방향의 도깨비도로, 우측은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로 가는 길이지만 가운데로 직진하여 짧은 도로로 한 블록만 올라가면 왼쪽으로 옆길이 나옵니다. 그 옆길 남쪽으로 마치 옛날 부잣집이나 고궁 같은 돌담에 기왓장이 얹힌 담장이 나오고 몇 개의 건물과 나무가 보이기는 하지만 늘 심연처럼 잠잠하며 인기척이 없습니다. 그 담장 끝에 문득 담장이 끊어지고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는데 그게 간월사의 입구입니다.

입구 왼쪽에 조그만 건물이 있고 군(郡)에서 파견된 문화재 관리원 한 사람이 근무하지만 한 달에 한 두 번, 어쩌다 두서넛 찾아오는 방문객을 엄청 반가워하면서도 조용히 바라보기만 하고 말을 걸지 않으면 잘 내다보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법당도 없고 스님도 없고 조석으로 예불을 드리지도 않으니 엄격히 말해서 간월사가 아니라 '간월사지(址)'라고 하여야 맞겠지요.

입구를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낮고 비스듬한 기와건물 하나가 있는데 그 안에 보물370호 석조여래좌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좌상(坐像)전 앞에는 시꺼먼 석상, 돌부처라고 보기도 그렇고 무인석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사람형상이 둘 있는데 아마도 여래좌상을 지키는 사천왕(四天王)과 같은 역할이겠지요. 그리고 그 아래쪽에는 작은 부도(浮屠)가 하나 있습니다.

이 간월사가 아직 삼국통일 전의 선덕여왕 5년(서기 665년)에 지어졌다고 하니(진덕여왕 때라는 일설一說도 있음) 당시는 고구려, 신라, 백제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전시에다 이차돈(異次頓)의 순교로 불교가 도입진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사찰이나 부처, 절 들을 알뜰하게 지을 형편이 안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소 거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재미있는 것은 그 석상의 재질이 이곳에 흔한 화강암(花崗巖)이 아닌 시꺼먼 재질로 어디선가 멀리서 구해 온 것입니다. 

간월사지 담장과 출입문
간월사지 담장과 출입문

왜 가까운데 빛 좋고 다듬기 좋은 화강암을 두고 저 시꺼먼 돌을 멀리서 구해왔을까요? 그건 아마도 모든 절 입구의 사천왕이 괴물에 가까운 사나운 모습으로 부처님을 보호하며 어리석고 죄 많은 중생을 응징하는 형상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저 시커먼 돌장승은 당시의 동양권을 넘어 파샤라고 불리던 페르샤(지금의 이란이나 아라비아)지방의 키가 크고 얼굴이 검고 수염과 이목구비가 우락부락한 용병을 형상화한 것이었으니까요.  

진옹(進翁) 시인

어째서 그 옛날에 지금의 이란 사람을 다 묘사했나 싶지만 그 때도 이미 동서양의 접촉이 원활해 당시 당에서 흉노의 땅으로 가는 관문 옥문관(玉門關) 너머 둔황(지금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의 석굴에 있는 암각화에서 흉노의 왕을 접견하는 신라사신(모자에 꿩의 깃을 꽂은 전형적 복장)이 있다든지, 덩치가 엄청 크고 얼굴이 검었다는 석탈해임금, 또 처용무로 유명한 역신(疫神) 처용이 다 머나먼 페르샤에서 온 사람이고 그 외에도 신라의 궁궐이나 군대에 덩치가 엄청 크고 우락부락한 군사들이 많았다고 하니 당시에 이미 용병들이 보편화 되었나 봅니다(참로로 그들은 대부분 소금장사로 세계 상권(商圈)을 좌우하던 소그드족으로 대표적 인물이 양귀비의 정부(情夫)로서 당(唐)현종에 반기를 든 안록산(安祿山)입니다.). 

그렇게 검고 사나운 인상의 두 장승 아래 동그란 부도가 하나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부도(浮屠)는 원래 고승의 사리나 유물을 봉헌한 일종의 감실(龕室)로 망자의 공덕이나 위세의 크기에 따라 장식에 차이가 많은데 이 부도가 비교적 작고 소박한 것은 아마도 이 여래좌상을 조성한 이름 없는 석공 또는 당시의 주지(住持)의 부도인 것 같습니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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