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수 시인의 「일흔 한 살의 동화(童話)」 (67)바람, 바람, 바람 ④조승구 꽃바람 여인

말년일기 제1268호(2021.3.8)

이득수 승인 2021.03.07 21:56 | 최종 수정 2021.05.01 21:30 의견 0

지금까지 우리는 3회에 걸쳐 꽤 심도 깊게 바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두 번째와 세 번째 꽤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해왔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심한 자책감에 사로잡히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대학교수와 정치가 철학자, 스님, 목사 등 종교지도자의 가장 큰 공통점을 찾으라면 무엇이 정답이 될까요? 정답은 이렇습니다. 우리 인간세상을 이끌어가는 무리는 자신이 가진 월등한 지식, 우월한 정신세계를 일반대중과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설명하는데 진정으로 독서를 많이 하고 깨달음이 많은 자는 세상의 모든 어려운 명제와 이치를 아주 단순하고 쉽게 풀어주는데 학문이나 신념이 깊지 못해 제 스스로 헛갈리는 식자(識者)들은 아무 것도 아닌 평범한 일들을 아주 심각한 것처럼 설명해 자기 말을 안 들으면 방금이라도 큰 변이라도 당할 듯이 진실을 호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이 좀 더 멋져보이게 하려고 그럴 듯한 단어를 개발하는데 나중에는 그 말을 들은 일반국민은 물론 그 말을 꺼낸 자신도 뜻을 몰라 어리둥절해지는 경우인데 예를 들면 몇 명 정치인들이 꺼낸 <새 정치>, <창조경제>, <참 민주주의>등의 단어인데 이런 말들은 정답도 없고 결정도 할 수 없는 명제를 괜히 유식의 표지로 삼으려다 실패한 경우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세상의 어려운 말을 가장 쉽게 쉬운 말은 더 쉽게, 그래서 너무 쉬우면 주변의 비슷하거나 반대의 개념과 비교해 설명해주는 자칭 세종대왕의 수제자(백성, 즉 모든 사람, 특히 가난하거나 못 배운 자가 세상의 말뜻을 알고 제 하고자 하는 말을 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인 제가 이번 바람시리즈에서 두 번이나 큰 착오를 범했는데 두 번째 정치와 모래바람을 이야기하며 전봉준의 눈빛을 너무 강하게 표현한 점, 그리고 세 번째 가장 외롭고 한적한 곳에서 벌어진 가장 못 배운 자들의 엽기적 삶과 사랑을 여과 없이 표현해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우울한 시절에 또 하나의 우울을 퍼뜨린 것 같습니다.

사진2.제 아내 파우스티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꽃다발 참나리꽃과 배롱나무꽃
제 아내 파우스티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참나리꽃과 배롱나무꽃

그래서 저는 여기에서 좀 더 아름답고 신명나고 즐거운 바람이 없을까 생각하다 우선 <꽃바람>이란 단어가 떠올랐는데 하필이면 이 대단한 가요의 나라에선 이미 <꽃바람 여인>이란 아주 밝고 경쾌하고 여명처럼 붉은 노래가 이미 존재한다는 것, 그것도 조승구라는 매우 수더분하면서 눈빛이 맑고 다정한 사내가 평생 그 부인을 매니저 삼아 각종 행사장과 축제장을 돌아다니며 금수강산 대한민국을 아주 조금씩 매일매일 물들이는 저 아름다운 장도에 대해서 찬탄을 보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뭐 쉽고 간명한 주제인 만큼 우선 가사를 살펴보면

꽃바람 여인 / 조승구

가슴이 터질 듯한
당신의 그 몸짓은
날 위한 사랑인가
섹시한 그대 모습

한 모금 담배 연기 사랑을 그리며
한 잔의 샴페인에 영혼을 팔리라

세월의 향기인가 다가선 당신은
꽃바람여인 인가 나만의 사랑
사랑의 노예가 되어 버렸어
어쩔 수 없었네 꽃바람 여인

영혼의 사랑인가
숨이 막혀 오네요
망가진 내 모습은
어쩔 수 없는 사랑

한 모금 담배 연기 사랑을 그리며
한 잔의 샴페인에 영혼을 팔리라

세월의 향기인가 다가선 당신은
꽃바람 여인인가 나만의 사랑
사랑의 노예가 되어 버렸어
어쩔 수 없었네 꽃바람 여인

사랑의 노예가 되어 버렸어
어쩔 수 없었네 꽃바람 여인

가슴, 몸짓 사랑으로 이어져 마침내 <꽃바람 여인>이 되는 이 가장 순수하고 황홀한 사람에 대해 저는 더는 사족을 달지 않기로 하겠습니다. 대신 우리 살아가는 세상이 팍팍 할수록 여러분과 저는 이 꽃바람여인을 흥얼거리는 것이 가장 손쉬운 행복의 방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가수와 매니저 두 부부의 사랑과 건강이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平里 이득수 시인

◇이득수 시인은

▷1970년 동아문학상 소설 당선
▷1994년 『문예시대』 시 당선
▷시집 《끈질긴 사랑의 노래》 《꿈꾸는 율도국》 《비오는 날의 연가》 등
▷포토 에세이집 『달팽이와 부츠』 『꿈꾸는 시인은 죽지 않는다』 등
▷장편소설 「장보고의 바다」(2018년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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