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68)내 연구실 창문에 건 복코
박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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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8 15:56 | 최종 수정 2020.03.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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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 9. 내 연구실 창문에 건 복코
브루나이의 무아라(Muara) 해변에 간 적이 있다.
말이 비치이지 우리네 해수욕장이 아니었다.
인적이 거의 없고 온갖 쓰레기로 지저분했다.
해변을 걷는데 동그랗게 생긴 뭔가가 눈에 띄었다.
그 재질을 알 수 없었다.
천연 가죽인지 아니면 인공 플라스틱인지?
어쨌던 그 동그란 모양이 근사해서 주워 가져왔다.
해외 여행시 팬티 하나, 양말 하나 안 가지고 다니는 나한테 뭔가를 내 짐에 넣어 다니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케이스다.
그렇게 특별히 가지고 온 목적이 있었다.
동그란 모양 안에 웃는 얼굴 모양의 내 싸인을 넣고 싶었다.
오늘 드디어 붓으로 싸인을 그리는데 먹물이 번져서 주먹코가 되고 말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는 붓으로 그릴 걸….
하지만 되돌릴 수 없다.
대인식전환을 했다.
주먹코는 복코라는데 복을 기리며 내 방 창에 걸었다.
기획창의가 아니라 우연히 만들어진 복코 모양의 작품이지만 길한 복이 깃들기를 바랬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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