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 교수의 '일상 속 기획창의학' (62)형편없는 실력으로 만든 토우

박기철 승인 2020.03.22 14:52 | 최종 수정 2020.03.22 15:00 의견 0
머리 없는 인어공주와 부르카를 쓴 듯한 인어공주
머리 없는 인어공주와 부르카를 쓴 듯한 인어공주, 찰흙으로 만든 토우(오른쪽).

셋 – 3. 형편없는 실력으로 만든 토우

몇 년 전 코펜하겐에서 작은 인어공주 인형을 샀다.
그런데 머리가 똑 떨어졌다.
강력접착체로 붙이려고 어디 두었는데 없어졌다.
문방구에서 찰흙을 사서 머리를 대충 빚어 붙였다.
내 형편없는 실력으로 마치 부르카를 쓴 인어공주 모양이 되고 말았다.
무슬림 인어공주같다.

남은 찰흙으로 뭘 만들지 조물락거리다 큰 남자 모양의 큰 대(大) 자를 빚었다.
하나님께서는 땅의 흙으로 아담을 지으셨다(창2:7).
그리스신화에서도 프로메테우스가 진흙으로, 중국신화에서도 여와가 개흙으로 인간을 만들었단다.
인간인 나는 나 모양의 토우(土偶)를 만들었다.
별 기획창의력이 엿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런 쪽으로 소질이 없는가 보다.
젬병이다 유치원 얼라들이 순진하게 만든 것 같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