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 시인, ‘선비차 다례’ 시연

조송현 승인 2019.04.29 16:58 | 최종 수정 2019.04.29 17:26 의견 0

경남 하동 대렴차문화원 27일 '선비차 다례' ... 조해훈 시인 시연

전국 차인 모임인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들이 조해훈 시인의 '신비차 다례' 시연을 참관하고 있다. 

'선비차 다례'를 체험하는 모처럼의 행사가 차의 본향인 경남 하동에서 열렸다.

지난 27일 오후 하동군 하동읍 흥룡마을 대렴차문화원(원장 김애숙)에서 열린 ‘선비차 다례’ 시연이 그 행사다. 차인인 김애숙 대렴차문화원장이 전국적인 차인 모임인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 10여 명을 초청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역사한문학자인 조해훈 시인(교육학박사)이 선비차 다례를 시연했다. 이날 머리에 쓰는 관(冠)은 좁은 실내 사정으로 생략했다.

일반 다례와 달리 선비차 다례는 시연이 어려워 쉽사리 볼 수 없다. 이 다례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시연자의 표정과 자세이다. 표정은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에 나오는 9용(容)을 바탕으로 해 엄숙하지만 온화한 얼굴 표정을 유지해야 한다. 걸음걸이는 물론 행동거지를 가볍게 해서는 안된다.

먼저 차상 옆으로 걸어가 차인들을 향해 평절을 한다. 평절을 할 때는 머리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몸을 숙여야 한다. 그래서 절을 한 모습은 머리가 바닥에 닿지 않고 머리와 허리가 일직선이 되도록 한다.

조해훈 시인이 지난 27일 오후 7시 경남 하동군 하동읍 흥룡마을 소재 대렴차문화원에서 ‘선비차 다례’ 시연을 하고 있다.

절을 한 다음 차상 앞으로 걸음을 떼 차를 우려낸다. 이 동작에서도 몸을 꼿꼿하게 유지하면서 가급적이면 손만 움직인다. 끓는 물을 뜰 때와 다관에 물을 옮겨 부을 때도 항상 다건을 사용한다. 바닥이나 차상에 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는 목적도 있지만, 이 역시 차 손님에 대해 예의를 다하기 위함이다.

시연자의 찻잔은 바닥에 내려놓는다. 차 손님이 “함께 드시죠”라고 권하면, 찻잔을 손님상에 올려 함께 마신다. 손님이 “차향이 좋습니다”라고 칭찬을 할 경우 “과찬이십니다”라고 응답하며, 최대한 시연자는 몸을 낮춘다. 이러한 선비차 다례 과정을 다 마쳤을 때도 “마치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한 후 점잖은 걸음걸이로 물러난다.

차인회인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들은 서울·과천·용인·광양·하동 등 차를 상음하는 전국 각지의 차인 1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선비차 다례 시연에 회원 모두 참석했다.

이 모임의 백경동 회장은 “선비차 다례 시연은 차문화에 있어 의식 중 하나이지만 화개 차의 영역을 넓히고 외부에 널리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애숙 대렴차문화원장은 “조선중기의 대문사이자 무오사화 때 부관참시를 당한 점필재 김종직 선생은 차를 통해 자신을 수기(修己)하고 내면을 닦으면 선비로서의 평정심을 가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며. “조해훈 차인의 이러한 선비차 다례 시연을 통해 우리는 차인으로서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성찰할 수 있어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선비차 다례 시연을 한 조해훈 시인은 국제신문 문화전문기자 출신으로 동의대학학교 사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하동 화개면 목압마을로 들어와 목압서사와 화개학연구원을 운영하며 차농사를 짓고 있다. 그는 지난해에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인 『석당논총』에 「한시를 통해 본 하동 화개 차의 제 양상」 주제로 화개 차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는 등 화개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인저리타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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