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수 시인의 제3 classic 시집 《막걸리 집 마당에 겨울비가 내린다》
"시인의 가슴은 늘 따뜻하고 젊다.
인생의 뜨락에 내린 삶의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시로 꽃 피워 우리들의 가슴을 오래도록 향기롭게 한다."
조송현
승인
2020.12.09 15:38 | 최종 수정 2020.12.1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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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음유시인 이현수 시인이 제3 classic 시집 《막걸리 집 마당에 겨울비가 내린다》를 출간했다.
첫눈보다 반가웠다. 느낌으로 그려낸 페이지 페이지마다에 열꽃이 피었고 행간 행간마다에 스며든 활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잉크냄새가 커피향기보다 더 고소하게 다가왔다.
먼저 표제시에 눈길이 갔다.
금간 벽 사이로 술꾼들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간다
술이다, 낮부터
얼굴보다 큰 파전을 손으로 찢어 놓으며
시 같은 건배를 외치는 찰나
바바리코트 깃을 세운 새 손님이 성큼 들어왔다
찬비 냄새를 몰고 온 오랜 벗이다
녹슨 나무난로를 사이에 두고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잔을 돌린다
내 영혼이 기생하는 막걸리 집 마당에
종일 비가 내린다
수북이 쌓이는 건 회한이고 눈물이다
오랜 벗을 만난 막걸리 집 마당에 내리는 겨울비는
먼저 간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내는
술잔에서 넘쳐나는 그리움의 눈물이다
넘치는 술잔 위로 겨울비가 종일 질벅거리며 내린다
허름한 막걸리 집의 소탈하고 낭만적인 풍경 위에 겨울비 같은 우수가 내린다. 수북이 회한과 눈물이 쌓이고 그리움의 눈물이 흘러넘친다. 우리네 인생의 한 장면을 어쩌면 이처럼 아름답고도 슬프게 풀어낼 수 있을까?
공영해 시조시인은 추천사에서 "이현수 시인의 가슴은 늘 따뜻하고 젊다. 인생의 뜨락에 내린 삶의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시로 꽃 피워 우리들의 가슴을 오래도록 향기롭게 한다"고 했다.
이번 시집에는 외롭고 긴 어둠의 시간이 찾아와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기다림 같은, 시절의 아픔을 녹아내리게 하는 시편들이 가득 담겼다. 딱히 특별할 것 없을 것 같은데도 읽어보면 늘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암송하게 되는 시편들.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연말을 답답하고 우울함이 가득 배인 요즘 지인들에게 시집 《막걸리 집 마당에 겨울비가 내린다》를 선물하면 '딱'일 것 같다. 2020‘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 시집 《막걸리 집 마당에 겨울비가 내린다》이 독자들의 가슴에 깊이 파고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집에 실린 시인의 말을 들어보자.
시처럼 살다가는 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중간중간의 크고 작은 생의 아픔 스스로 이겨내고 운명이 부르는 시간 오면 이치에 순응하는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시인에게 마지막 순간이 있다면 절정의 순간에 지는 꽃이면 좋겠습니다. 초라한 모습 없이 절정에서 낙화하는 동백이면 더 좋겠다 싶은 오늘, 제3시집 《막걸리 집 마당에 겨울비가 내린다》의 탈고를 마칩니다.
시집을 읽는 독자들과 함께 그들의 마지막 모습에서도 '詩처럼 살다가 가는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공통으로 붙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현수 시인은 한국문단에 시로,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되어 등단, 2017년 월간시인마을 문학대상을 수상했다. '한양문학' 주간, 현대시인협회 정회원, 포에지-창원 정회원, 동인지 ‘시야시야’ 리더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한 걸음 뒤에 서서》 《떠나가는 모든 것은 추억이다》가 있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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