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추석 안부 / 이현수

이현수 승인 2020.09.29 18:24 | 최종 수정 2020.09.29 18:41 의견 0

추석 안부 / 이현수

오늘밤은 시골 고향마을에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계절이 스쳐 지나는 하늘에도 가을로 물들어 있음이 느껴집니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던 뭇별들이 오랜만에 찾은 고향마을에서는 저에게 안부를 묻기라도 하듯 은하수 가득 그 빛을 발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가을인사를 하는 듯합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있습니다. 물론 저에게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고향이 있습니다. 지금은 어머님 홀로 지키고 계시는 작고 외로운 시골 마을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그 무엇들은 여전히 저를 숨죽이게 합니다. 오늘밤처럼 별이 눈부신 밤이면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읊조리기도 하고 그랬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납니다.

까까머리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마산이라는 도시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혼자라는 설움은 어린 나이에도 느낄 수 있었던 세상과의 맞짱 같은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이 그립고 가족이 그리우면 밤하늘을 올려다봤던 것 같습니다. 그때의 마산은 별이 보이던 시절이었습니다. 구름 뒤에 숨어드는 별을 보며 고향 친구들의 이름도 불러보고 빛나는 별을 보며 나 말고도 또 누군가가 저 별을 보며 대화를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사는 날 내내 날마다 별을 보며 별을 향해 걸어갔던 것 같습니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별이 되어보고자 망설임 없이 걷고 걷고 또 걸어왔던 세월입니다. 오늘밤 고향 마을에서 지난 날 그 별을 바라보며 나는 얼마나 빛나는 별이 되었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너무나 미약하고 존재의 의미마저 상실해가는 별도 아닌 그 아무것도 아닌 그냥 밥만 축내는 사람 아닌가 싶어 애써 위로해보는 밤입니다.

기억 속에 숨어 살며 추억 속에 박혀 있던 무수한 시간들과 이백 몇 십 번의 계절을 거쳐 오면서 잃어버렸던 별을 전부 찾은 기분으로 몸가짐을 경건히 하여 다시 고개를 들어 여러 벗님들에게 추석 안부를 묻습니다. 서쪽 하늘에 어린시절 첫사랑을 닮은 별 하나가 유난히 초롱초롱해 보여 지는 밤입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현수

◇이현수 시인은
▷경남고성 출생, 부경대학교 졸업
▷한국문단에 시로 등단,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
▷2017년 월간시인마을 문학대상
▷현대시인협회 정회원, 포에지-창원 정회원, 동인지 ‘시야시야’ 리더
▷시집 《한 걸음 뒤에 서서》 《떠나가는 모든 것은 추억이다》, 공동저서 10여 권 
▷강건문화뉴스 선임기자, 새한일보 취재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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