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생의 가을이 붉게 물들기를 / 이현수
이현수
승인
2020.12.12 15:04 | 최종 수정 2020.12.12 15:17
의견
0
생의 가을이 붉게 물들기를 / 이현수
가슴 벅찬 하루를 살아낸 석양의 찬람함을 보았는가
눈부신 것에는 우리가 모르는 가치들이 따로 있거늘
살아오며 몇 개의 봄을 보내고
또 몇 개의 가을을 맞았는지
지천명을 한참 지났어도 세어볼 시간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늘 바쁘기만 했던 어리석음으로
어느 날 세월 앞에 무너져 내리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
얼마나 아름다웠을 삶이었는지 묻지도 못하고
돌아보지도 못했는데
생의 가을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었다
그게 아픔이었음을 눈치챈 순간
여태 누군가를 위해 살아왔을 삶의 뿌리를 뽑아 들고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날, 찬란한 석양을 기다리는 가슴으로
서성거리는 생의 가을이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시집 《막걸리 집 마당에 겨울비가 내린다》 중 -
◇이현수 시인은
▷경남고성 출생, 부경대학교 졸업
▷한국문단에 시로 등단,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
▷2017년 월간시인마을 문학대상
▷현대시인협회 정회원, 포에지-창원 정회원, 동인지 ‘시야시야’ 리더
▷시집 《한 걸음 뒤에 서서》 《떠나가는 모든 것은 추억이다》 《막걸리 집 마당에 겨울비가 내린다》, 공동저서 10여 권
▷강건문화뉴스 선임기자, 새한일보 취재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활동 중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