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목련을 바라보며 / 이현수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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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3 12:04 | 최종 수정 2021.01.15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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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을 바라보며 / 이현수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는 홀로 핀 목련의 슬픔을 아는가
차 한 잔 마실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그리 멀리 있지도 않은 친구 얼굴 한번 보지 못했던 날들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별빛 한 번 바라볼 여유가 없다는 건 모두 거짓말이다
허허로운 가슴으로 꽃은 피었건만
오랜 침묵 탓인지 마음은 아직 봄을 만지하지 못했다
저녁노을이 마산 앞바다를 물들일 즈음
가슴에 피어있는 목련의 슬픔을 막걸리로 위로하기로 했다
봄바람마저 묵언 중인 고요의 시간
봄을 타는 것도 다 때가 있음을 알아야 했음에도
버리지 못하는 고집으로
묻고 싶은 안부조차 전하지 못하는 계절, 봄마저 슬프다
이젠 젊은 날의 그리움도 허허로운 사랑도 버려야 할 시간
예쁘고 탐스러우면 무엇 하랴
지고 나면 기억에서조차 멀어질 저 목련의 슬픔을 아는가
홀로 핀 목련의 뺨을 봄바람이 핥고 지나간다
-이현수 Classic 제3시집 『막걸리집 마당에 겨울비가 내린다』 중-
◇이현수 시인은
▷경남고성 출생, 부경대학교 졸업
▷한국문단에 시로 등단,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
▷2017년 월간시인마을 문학대상
▷현대시인협회 정회원, 포에지-창원 정회원, 동인지 ‘시야시야’ 리더
▷시집 《한 걸음 뒤에 서서》 《떠나가는 모든 것은 추억이다》 《막걸리 집 마당에 겨울비가 내린다》, 공동저서 10여 권
▷강건문화뉴스 선임기자, 새한일보 취재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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