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철공소 시다의 삶 / 이현수

이현수 승인 2021.06.21 21:09 | 최종 수정 2021.06.22 15:08 의견 0

철공소 시다의 삶 
                        이현수

우아한 화가가 되지 못했다
카메라 들고 사진을 찍는 예술가가 되지도 못했고 
값싼 중고기타 하나 살 돈 없어 음악은 꿈도 꾸지 못했다
동네 처자들은 한량을 좋아했다 
음악다방 판도리도 연예인 못잖은 인기를 누리는 세상에 
유독 작업복 입은 철공소 시다의 생은
늘 절름거리고 비틀거리기 일쑤였다
겉으로 보여 지는 꽃의 모양에도 
예쁘고 덜 예쁘고의 차이가 있다는데
사람의 모습이라고 어디 그러하지 않으랴마는
겉모습만 보고 좋다 싫다를 엮을 뿐 
진짜인 내면의 깊이를 사람들은 왜 모르는 것일까 
흰 와이셔츠에 뽀얗게 치장된 삶 아니라고 천하게 보지마라 
욕망의 손길아래 꺾이지 않는 꽃은 없다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밤바다를 걷는 시다의 눈에 
은은한 파도가 가로등을 품고 누워있음이 보여진다
우아한 한량의 삶이 아니라도 
욕망 출렁이는 강은 건너지 않았던 삶 
꾸미지 않은 허름한 시다의 길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마라

 

<김종숙 시인의 영상제작 노트>

시를 접하면서 대학을 마치고 엄마 품 떠나 자취생활하며 젊은 시절을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며 포항에서 보낸 제 바로 위 오빠가 생각났어요

참 힘들고 고달픈 과정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고 신나는 시절이기도 했을 거예요

늦은 밤에 자고 있는 스타리님께 부탁했더니 
지금 읽어야 해요? 급한 낭송인가? 그랬어요
라빵님이 거들어주셨어요
지금 읽어주면 낼 자투리 시간에 연주 옷 입히면 딱 좋은데... 하고서요

삶이란 참 
들판에서조차 무서움과 추위, 낯선 시선들도 잊은 채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헤매게 하는 신비롭고 수수께끼 같은 것이라 생각 듭니다 
노을을 담아 해님 잠자러 가는 집이 서산 너머 있다던 어린시절의 기억들, 
해 질 녘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이  뭉클하게 합니다

평범한 시골길에 만나게 될 풍경처럼  
우리 오빠도 이현수 시인님도 이슬과 서리 위에 내린 빛의 영광에 가슴 뭉클했을 찰라적 순간과의 재회를 염원하는 날들이었으리라 생각 듭니다
광대무변한 기억의 풍경을 바라보며  해지름에 읽었습니다

이현수 시인
이현수 시인

◇이현수 시인은
▷경남고성 출생, 부경대학교 졸업
▷한국문단에 시로 등단,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
▷2017년 월간시인마을 문학대상
▷현대시인협회 정회원, 포에지-창원 정회원, 동인지 ‘시야시야’ 리더
▷시집 《한 걸음 뒤에 서서》 《떠나가는 모든 것은 추억이다》 《막걸리 집 마당에 겨울비가 내린다》, 공동저서 10여 권 
▷강건문화뉴스 선임기자, 새한일보 취재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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