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시가 되어 날다 ... 박구미 시인의 시집 《소소한 일상, 바라보는 시선을 담다》

이현수 승인 2022.01.08 13:17 | 최종 수정 2022.01.10 10:31 의견 0

 
새해 들어 새로운 시집하나를 읽었다.

낮에 보았던 하얀 낮달의 기억을 서재 안으로 데리고 왔다. 문장의 깊이에는 계절이 따로 없음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다. 아침이면 하얀 눈에 젖은 낙엽이 나와 함께 또 내일을 준비하겠지 하는 기다림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시인기도 하다.

시인이라는 명사보다는 ‘시인답다’라는 형용사가 더 잘 어울리는 작가가 쓴 글이라는 평을 하고 싶었다. 아직은 제도권 안에서 글을 쓰는 전문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혼자 쓰는 글이 아니라 누군가의 조언만 곁들인다면 분명코 여느 작가 못지않은 좋은 글을 쓸 자질을 타고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시인답게 살려고 애쓰는 사람, 그게 ‘동백 박구미 작가’의 가치이자 글을 대하는 자세라는 생각에 그녀의 시집 《소소한 일상, 바라보는 시선을 담다》를 지면에 소개하려 한다. 시집이 벌써 4쇄를 찍었다고 해서 놀랐지만 책을 읽고 나면 놀랄 일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작가 본인이 찍은 사진에 글을 입혀 마치 디카시집을 연상하게 하는 작품집이다. 제1부 계절, 제2부 그리움, 제3부 사랑, 제4부 일상으로 그려진 시집은 80여 편의 시에 175페이지에 달하는 칼라시집이다. 특이한 점은 시집 중간 중간에 가족들의 글이 한 편씩 자리 있었다는 특색이 있다. 어쩌면 박구미 작가 개인 시집이 아니라 가족이 만든 시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게 했다.

 

가시리오 
대문 활짝 열고 들어가셔서 
이방 저 방 둘러보시고 
앞마당에 장독대랑 기염나무도 쓰다듬어 보시고 
뒷마당에 모란이랑 앵두나무에 싹이 튼 것도 보시고 
버스 지나가는 신작로도 쳐다보시고 
오랜만에 마을 회관에 가셔서 
동네 어르신들과 인사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동산 모퉁이 가는 길 느티나무 아래 앉아서 
동네 어귀도 바라보고 
저 멀리 백운산이며 상연대도 바라보시고 
힘겹게 오르고 걷고 하셨던 
세재 뜰이며 기염나무골 들녘이며 산도 둘러보시고 
그렇게 그렇게 다 둘러보시고 
평생토록 농사일이며, 자식들 걱정이며 
자식들 줄 김장이며, 고추장이며, 청국장이며 
이런 걱정들 하지 마시고 
이제는 허리도 꼿꼿하게 펴시고 
두 다리 아프지 마시고 
예쁜 옷 입고 예쁜 신발 신고 
잘생긴 아버지한테 시집올 때처럼 
곱디고운 얼굴로 마음 편안히 가시리오. 
그렇게 가시리오.

- 〈가시리오〉 전문 -

박구미 시인 [사진 = 이현수] 

노을빛처럼 아름다운 글을 쓸 것 같은 작가 박구미는 경남 함양군 백전면 동백에서 출생했다. 들꽃과 나무를 좋아하며 스마트폰 카메라로 풍경이나 식물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지고 있으며 시집은 그녀의 소소한 일상을 관조한 결과물로 보면 된다. 앞으로 시인 박구미의 시가 독자 대중들로부터 크게 사랑받을 날 오리라는 확신을 하며 그녀의 문운을 빈다.

시인 박구미의 시가 독자 대중들로부터 크게 사랑받을 날 곧 오리니.
 
<시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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