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는 인저리타임] 미안하다, 반달 - 이현수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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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1 17:37 | 최종 수정 2021.11.2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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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반달
이현수
어둑해지는 공원 산책로를 걷는다 단풍 진 느티나무 가지 끝에 은행잎으로 물든 반달이 떨어질락 말락 걸려있다 아슬아슬한 것 같지만 그래도 제법 야무지게 붙었다
반만 비추던 달빛이 밤길을 걷는 내 발밑에 깔렸다는 것을 알아버린 순간, 내 가슴에 들어있는 멍은 생각 못 하고 반쪽짜리 달빛에게 멍을 들게 했나 싶은 마음에 얼른 발부터 떼어 낸다
조심스레 가로등 비치는 틈 사이로 생각을 흘려가며 밟힌 가을 달빛을 위로해 보는 밤, 바닥에 깔린 노란 은행잎이 첫사랑을 닮아 있다
◇이현수 시인은
▷경남고성 출생, 부경대학교 졸업
▷한국문단에 시로 등단,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당선
▷2017년 월간시인마을 문학대상
▷현대시인협회 정회원, 포에지-창원 정회원, 동인지 ‘시야시야’ 리더, 한양문학 주간
▷시집 《한 걸음 뒤에 서서》 《떠나가는 모든 것은 추억이다》 《막걸리 집 마당에 겨울비가 내린다》, 공동저서 10여 권
▷강건문화뉴스 선임기자, 새한일보 취재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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