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의《어느 봄바다 활동성 어류에 대한 보고서》 - "허무로 숨어드는 인생 위안"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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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4 18:59 | 최종 수정 2021.03.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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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시인의 시집으로부터 그 시작을 알린다. 조승래 시인의 제 7시집, 《어느 봄바다 활동성 어류에 대한 보고서》가 도서출판 서정시학에서 출간되었다. 달이 깎여 둥글어질 때까지 다듬고 다듬었을 시인의 시가 궁금하다. 시인의 시는 그냥 단순한 시가 아니라 지난 세월의 꿈이었고 인연에 대한 요상한 깊이를 기록하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얼기설기 엮어둔 지나온 생의 인연 따라 지난 시집들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이 봄꽃 피어나듯 눈을 어지럽히고 다듬어온 활자들에서 불꽃처럼 환한 시인의 시가 피어올랐다. 바람 따스해지고 벌 나비 꽃잎으로 날아드는 계절, 우물에서 길어 올린 듯한 시인의 낱말들이 눈물 한바가지 흘리게도 했다가 때론 활짝 웃게도 하는 마법을 지녔다.
시인은 시집을 내면서 “입을 가리고 살아야 하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현실 앞에서 시인들은 밥을 먹고 시를 쓰고 내일은 희망이라는 비닐우산 하나 받들고 산다. 잠시 마스크를 풀고 굳은 잉크를 풀어 일곱 번째 시집을 낸다. - 먼 길이다.”라는 표현으로 다 채우지 못한 욕심으로 독자를 만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추천사를 쓴 서울여대 이숭원 명예교수는 “조승래 시의 주된 관심은 삶에 있다. 그의 시는 사물을 내면화하여 자신과의 관계를 성찰하고, 자연을 내밀하게 관찰하여 동일화의 유추로 시상을 전개하고, 생활의 단면을 직관하여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의 시는 현상적으로는 삶의 탐구에 중점을 두며, 철학적으로는 존재론적 본원 탐구에 관심을 기울이며, 미학적으로는 절제와 풍자와 동일화의 기법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생명의 전율을 찾아 도약할 때 새로운 시의 활로가 열린다. 등단 10년에 7권의 시집을 내는 열정이 있으니 새로운 도약에 충분히 내기를 걸 만하다. 그 도약의 앞길을, 어느 봄 바다에서 만난 활동성 어류의 생동감이 열어 줄 것이다”라고 했다.
웃어도 보고 아파도 봤을 누구나의 삶에 조승래의 제 7시집은 허무로 숨어드는 인생을 위안하고 시의 묘미를 더하는 시집이라는 독자들의 평을 듣는다. 누구보다 뜨겁게 시를 사랑했고 그 결과는 등단 10년에 아무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7집이라는 놀라운 결과물로 대신했다. 그의 시 한 줄로 시를 읽는 독자들이 받아들일 감동에 대한 가치를 본 기자는 미리 알고 있다. 내일이면 다시 8집 원고를 준비하고 있을 시인은 계절이 던지는 슬픔과 고독 따위에는 핑계를 두지 않았다. 그저 다시 건재할 다음 시집을 위해서만 봄길을 걸을 뿐.
조승래 시인은 경남 함안 출생으로 2010년 '시와 시학'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몽고 조랑말》, 《내 생의 워낭소리》, 《타지 않는 점》, 《하오의 숲》, 《칭다오 잔교 위》, 《뼈가 눕다》, 《공감여행》(임재도 작가와 공동 시집), 《길 위의 길》(김일태 시인 등과 공동시집)이 있다. 2020년 계간문예문학상을 수상했고, 한국타이어 상무와 단국대 겸임교수 역임(경영학 박사)하고,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포에지창원, 함안문학회 회원이며,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한국시인협회 이사로 있다.
<시인,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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