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꽃 찾는 술래, 김성호 시인의 제7시집 꽃을 찾을 때도 나는 술래가 된다」

이현수 승인 2022.01.10 18:25 | 최종 수정 2022.01.12 10:20 의견 0

시詩는 바람을 타고 온다. 지난 한해는 참으로 굵고 짧았던 것 같다. 코로나의 기세가 쉽사리 떠나지 않고 있는 시절이다. 문단의 계절에 흐린 기운마저 감도는 느낌이라 시집을 출간하는 작가의 마음이 이해되는 시절이다. 금방 끝날 것만 같았던 아픔의 계절이 예상보다 오래 머물러 있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독자에게 건너가야 할 시집을 두고 시인의 고심도 깊어졌다.

올해는 문학이 그리고 시가 제대로 익어가는 해였으면 좋겠다. 꽃을 사랑하는 시인, 꽃을 찾으려 다니는 술래가 된 시인의 인생도 그의 시詩만큼 아름답게 늙어갔으면 좋겠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고도 야생화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시인의 꽃 사랑으로 만들어진 시에 독자들은 감탄한다. 덕분에 독자를 위한 글을 쓸려면 이정도의 노력은 해야하는구나하고 정신이 번쩍 들게도 했다.
 
오늘밤, 하얀 눈발이 그가 뿌려놓은 꽃으로 빚은 시 위에 하나 둘 흩어져 내린다.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자식 같고 친구 같은 시에 집을 지어주게 되어 그간 미안했던 마음을 털어버리고 기쁜 마음으로 저의 일곱 번째 시집의 변을 쓸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라는 소소한 이야기를 전했다. 시인이 얼마나 아끼고 다듬었을까? 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성호 시인과 시인의 제7시집

김성호 제7시집 《꽃을 찾을 때도 나는 술래가 된다》는 「도서출판 등」에서 출판되었다. 제1부 성벽에 핀 꽃, 제2부 깡통에게 경례, 제3부 매미는 울어야 산다, 제4부 낙엽의 유언으로 구성된 112 페이지 분량 시집이다. 그가 쓴 시에는 삶의 일상과 계절의 변화에 뿌리를 두고 생로병사에 대한 성찰을 길어 올리려 애쓴 흔적들이 촘촘히 새겨져 시인의 선하고 순한 시편들이 세상 아픔들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이 되어 삶의 활력을 찾아주고 있다.
 
사연 없는 사람이 없듯
사연 없는 꽃도 없습니다
접시꽃이 키가 큰 것은
그만큼 사연이 길어서입니다
슬픈 사연도 꽃처럼 피면
한 편의 동화가 됩니다
하늘도 올려다보지 않고
땅도 내려다보지 않습니다
누구에게 기대지도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삽니다
그의 키만큼이 그의 세상이고
그의 사랑의 크기입니다
올해도 접시꽃은 피어
예쁜 동화를 들려줍니다
 
- 김성호 시인의 시 〈접시꽃 동화〉 전문 -
 
수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첫눈을 뿌려놓고 홀연히 사라진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인 이상화의 말처럼 하늘이 사람 배반하고 사람이 하늘 배반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기에도 좋은 시간인 것 같다. 아픔의 계절에 잘 어울리는 김성호 시집 “꽃을 찾을 때도 나는 술래가 된다”의 완판을 기대하며 시인의 시가 독자들의 가슴에서 울고 웃기를 바래본다.
 
김성호 시인은 충북 무극에서 태어났다. 호는 평죽. 2002년 4월 월간 『문학세계』 시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2006년 고양예고에서 시를 가르쳤다. 제12회 시세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저서에 시집「장승이 된 우체부(2004)」,「세상에선 어둠도 빛이다(2011)」,「꽃의 오해(2012)」,「담쟁이는 담을 오른 적이 없다(2013)」,「꽃이 있어 좋은 날(2015)」,「신이 쓴 시(2018)」가 있다. 현재는 야생화 소재 시를 쓰기 위해 들꽃의 삶을 산다.

<시인, 본지 객원기자>

저작권자 ⓒ 인저리타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