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김도훈의 '나를 찾는 유럽 순례' - (2) 리버풀 & 안필드 투어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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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4 15:31 | 최종 수정 2021.03.0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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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버스를 타고 무사히 도착한 리버풀. 리버풀 축구클럽과 비틀즈로 대표되는 영국 리버풀은 나에게 제2의 고향 같은 느낌을 준다. 누구는 리버풀을 촌 동네라고도 하지만 나는 부산사람이어서 그런가? 오히려 런던보다 더욱 정겹고 매력적인 도시로 다가왔다.
익숙한 지리, 익숙한 고향의 냄새를 맡으며 리버풀에서 3일을 보낼 보금자리 해터스 호스텔에 도착했다. 이후 유랑 카페를 통해 알게 된 한국인 형을 만나 같이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신기하게도 부산에서 학교 다니고 있는 형이었다. 덕분에 더욱 가까워진 형과 리버풀 항구(알버트 독)를 걷고 비틀즈 멤버 동상 앞에서 사진도 찍으면서 리버풀에서의 저녁을 만끽했다. 그리고 내일 안필드(Anfield, 리버풀 경기장) 투어를 같이 하기로 하고 호스텔로 돌아갔다.
이제 내일을 위해 빨리 씻고 자려고 했는데, 내 바로 밑자리 외국인 한 명이 술 취한 상태로 들어오더니 자기 자리에서 계속 술을 마시며 시끄럽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나와 한국인 남자 2명, 그리고 이 외국인 4명이 방을 쓰고 있었는데, 우리가 계속 조용히 하라고 말을 해도 이미 인사불성이 된 건지 말을 듣지 않고 계속해서 떠들며 난동을 부렸다. 이에 우리도 리셉션에 가서 다른 방으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규정상 안 된다고 하고 또 관리자가 외국인에게 경고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왜 말했냐는 등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여 무서움을 느끼기도 했다. 야밤에 이 무슨 일인가. 때 아닌 소동에 새벽 1시까지 잠도 못 자고 고생을 하면서 스트레스와 함께 허탈한 웃음이 나오기도 했는데, 끝내 외국인이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마무리되어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자는 동안 혹여나 해꼬지 당할까 불안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별다른 일이 생기진 않았다.
새벽에 불미스런 소동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일어난 기분은 상당히 상쾌했다. 왜냐하면 오늘 안필드 스타디움 투어를 할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Anfield. 리버풀 홈구장으로 리버풀 팬들에게는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내가 빨간색을 좋아하는 이유도 다 리버풀 때문일 정도로 리버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어제 만난 지훈이 형과 리버풀 시내에서 17번 버스를 타고 같이 안필드 스타디움으로 가는 도중 저 멀리서 안필드가 보일 때, 그리고 가까워질 때 참 가슴이 부풀어 올라왔다. 그리고 대망에 안필드에 도착해서는 해맑음 그 자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번 시즌(19-20) 리버풀은 초반 독주로 인해 우승이 거의 확정적인 시즌이었다. 1989-90시즌 이후 무려 30년 만에 리그 우승이었기에 의미가 남다른 유니폼을 구매하기 위해 먼저 스토어 샵에 갔다. 그런데 하나의 난관에 봉착하고야 만다. 선수마킹을 누구로 할 것인가? 살라? 마네? 상당한 고민 끝에 주장 헨더슨으로 결정했다. 헨더슨 유니폼을 입고 시작한 스타디움 투어. 무슨 말이 필요하리. 너무나도 좋았다. 내일 대망의 경기가 있었기에 아쉽게도 홈 라커룸을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인터뷰실을 비롯하여 원정 라커룸, 기타 여러 장소를 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면서 어린아이처럼 방방 뛰며 안필드를 돌아다녔다.
같이 투어를 했던 지훈이 형이 나를 보면서 ‘사람이 이렇게 행복해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표정 그 자체였다니, 그 정도로 너무나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행복한 표정으로 너무나도 짧았던 한 시간 정도의 투어를 마치고 난 뒤 아쉬움에 경기장 주변을 맴돌다 리버풀의 레전드 감독 빌 샹클리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리버풀 정신*을 되새기는 것으로 안필드 투어를 마무리하였다.
* 리버풀 정신 : You will Never Walk Alone(그대는 결코 홀로 걷지 않으리)
다시 17번 버스를 타고 돌아온 리버풀 시내에서 FIVE GUYS 햄버거로 허기를 채우고 시내 구경을 했다. 이후 한국인 대규 형을 만나 같이 셋이서 저녁을 먹으려는데 반딧불이라는 한식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직 한식이 엄청 그립거나 하진 않았지만, 한식집으로 직행. 소주도 한잔 걸치고 정말 맛있게 잘 먹으면서 마무리한 하루였다. 내일 경기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모두 잊은 채 정말 너무나도 행복하게 하루를 보냈던 2020년 1월 18일. 너무나 좋은 기억으로 나의 가슴에 남았다. 오늘처럼 행복한 일이 많아지면 좋겠는데 앞으로 남은 여정도 계속해서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
<인문학당 달리 청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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